칼군무… SNS 소통… 글로벌 팬덤 녹인 ‘방탄 DNA’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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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빌보드 1위]방탄소년단 빌보드 정상 오른 비결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신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미국 현지를 대상으로 하는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방탄소년단은 외국어 앨범으로는 12년 만에 정상을 밟았다. 2006년 다국적 팝페라그룹 ‘일 디보’가 1위에 올려놓은 앨범 ‘Ancora’는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 가사가 섞인 앨범이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어를 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일 디보의 사례와 차별화된다.

○ 소셜미디어와 아이돌 팬덤이 이룬 신화

2017년 5월 26일∼2018년 5월 25일. ‘DNA’ ‘불타오르네’ 등 뮤직비디오 중 유튜브 내 조회 수 상위 20곡 합계.
2017년 5월 26일∼2018년 5월 25일. ‘DNA’ ‘불타오르네’ 등 뮤직비디오 중 유튜브 내 조회 수 상위 20곡 합계.
방탄소년단은 2013년 국내에서 데뷔했다. SM, YG, JYP 같은 대형기획사 출신도 아니었다.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비롯해 god, 비의 히트곡을 만든 방시혁 작곡가가 세운 회사. 특이한 이름, 중소기획사 출신의 한계에 부딪혀 초기엔 고전했지만 도리어 큰 기획사와는 다른 음악과 메시지를 내세운 게 성공을 불렀다.

이번 방탄소년단의 1위는 밀레니얼 세대의 팬덤 문화와 소셜미디어 파워가 주류 사회를 어디까지 흔들 수 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다. 전문가들도 1위 등극의 요인을 “헌신적 팬덤의 집중된 화력”에서 찾는다.

여기서 화력이란 팬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벌이는 상업적·비상업적 활동을 포괄한다. 방탄소년단은 세계적인 파워 트위터리안이다. 전 세계에 15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렸다. 팔로어들은 방탄소년단이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실시간으로 공유해 홍보한다. 제이홉이 26일 올린 ‘오늘도 감사합니당’ 게시물만 해도 36만4000회 리트윗됨으로써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렇다 보니 해외 미디어와 가수들도 ‘BTS가 도대체 뭐기에’란 물음표를 품게 됐다. 방탄소년단의 트위터 계정(@BTS_twt)만 자기 게시물에 언급해도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각종 출연과 협업 제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팬들은 신작 앨범이 나오면 집중적으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하고 앨범을 몇 장씩 구매해 순위에 영향을 미친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대단한 성과지만 몇 년 새 CD 판매의 대폭 감소로 앨범차트가 트렌드를 잘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며 “현지 대중의 트렌드를 더 잘 보여주는 싱글차트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4차 산업혁명, 직접 민주주의 시대 단면 보여줘

미국 현지의 아이돌 가수 기근 현상도 파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데 그 공백을 메운 게 왜 방탄소년단이었을까. 또래인 밀레니얼 세대와의 실시간 소통 능력이 첫째로 꼽힌다. 방탄소년단은 다른 아이돌과 달리 한국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 안 보인다. 그 대신 트위터와 유튜브로 자신들만의 ‘일상 예능’을 중계한다. 칼 같은 군무, 세련된 악곡에 끌린 해외 케이팝 팬들은 온라인에서 친근하게 잘 놀아주기까지 하는 방탄소년단에 모여들었다. ‘K팝 딕셔너리’의 저자 강우성 씨는 “오랫동안 해외에 누적된 케이팝 전반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 촉매제 격인 방탄소년단에 집약돼 마침내 폭발했고 주류까지 뻗어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는 여타 아이돌그룹 팬을 능가하는 충성도와 열정으로도 유명하다. 김영대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팬들이 그들과 방탄소년단을 동일시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청춘의 고민을 연작 형태로 가사에 현실감 있게 녹여낸 게 주효했다”며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을 때 중장년층은 갸우뚱했지만 10, 20대가 열광한 것도 음악과 춤뿐 아니라 메시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 세대/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쩔어’), ‘널 가두는 유리천장 따윈 부숴’(‘Not Today’) 등은 젊은 세대의 고민을 직설적으로 짚어냈다. 인터넷 번역기의 발전은 외국 팬의 언어 장벽을 없애줬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문화에는 시대적 격변이 투영됐다. 이병관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교수는 “팬덤 문화가 적극적 소비 형태로 표출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여형 소비자 활동이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경제적으로는 소비자 맞춤형 생산을 강조하는 4차 산업혁명, 정치적으로는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 증대와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SNS를 통해 “케이팝이라는 음악의 언어로 세계의 젊은이들과 함께 삶과 사랑, 꿈과 아픔을 공감할 수 있게 됐다”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임희윤 imi@donga.com·이지운 기자
#방탄소년단#빌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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