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보는 북한은 美 중심…한국 중심의 이야기는 드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6일 1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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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의 연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을 다녀왔다. 다른 해와 다르게 올해는 회의 시작하기 전날 하루 종일 ‘북한과 커뮤니케이션’ 주제로 별도 회의가 열렸다. 세계 곳곳에서 온 학자들이 북한과 관련된 주제로 25개의 논문을 발표했다. 필자도 남북의 민간 사회문화 교류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많은 연구의 세부적인 사항들보다 이 컨퍼런스의 중요성을 쓰려고 한다.

첫째, 북한과 관련 영어권 이야기들은 주로 미국 중심이고, 한국 중심 이야기는 드물다. 언어는 중요한 요소다. 한국 입장에서 바라보고 분석하는 북한은 한국어로 이야기되지만 그 입장들은 모두 다 영어권으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때문에 이와 같은 학회나 학술행사들은 한국에서 한국의 시각으로 분석하는 북한을 영어권 학계와 언론에 소개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노출이 많아지는 만큼 외국에서의 북한 담론을 영어권 사람들이 말하는 북한 프레임이 아니라 한국이 보는 프레임 중심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최근 제프리 로버슨 연세대 교수가 ‘언론과 학계에서 한국어로 북한의 다양한 면에 대한 분석들이 나오는 반면, 영어로는 거의 다 핵문제와 안보 이야기만 나온다’는 논문을 쓴 적이 있다. 해외에서 코리아의 이미지의 상당 부분은 북한, 그리고 북한과 관련 있는 한국이다. 영어권에서 북한 이야기가 핵문제와 안보 중심이 된다는 것은 한국 입장에서도 문제다. 영어권 국가들에 북한의 다른 면들도 다양하게 소개된다는 것은 한국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셋째, 이 학회가 세계 싱크탱크의 중심 도시인 워싱턴에서 열린 것은 의미가 있다. 영어권 학계와 언론에, 나아가 해외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석들은 주로 워싱턴에서 이뤄진다. 워싱턴에서는 늘 한국과 관련된 연구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고 있다. 한국 국제교류재단 워싱턴 부서는 한국 관련 연구와 대학의 한국학 프로그램, 그리고 학술 문화 행사들을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다. 국제교류재단이 세계 곳곳에서 하는 일이 모두 중요하지만 제1차 대한민국 공공외교 기본계획(2017-2021)에서 이야기하는 정책공공외교와 지식공공외교의 가장 중요한 일은 워싱턴에서 이뤄진다. 한국 외교부도 최근 중요성을 파악하고 2년 전부터 주미 한국 대사관에 특별한 공공외교팀을 구성했다. 한국학을 세계에서 넓히려고 하는 한국학중앙연구원도 조지워싱턴대, 한미경제연구소(KEIA) 등과 함께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공공외교라고 하면 주로 K-팝, 드라마, 한식 등을 많이 이야기하고, 이것들은 대중문화 공공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을 깊어지게 하는 공공외교가 바로 한국 관련 연구나 공부, 한국어 공부, 한국에서 유학 등을 포함한 한국학 지원이다. 한국학은 가장 지속적인 공공외교 투자다. 설령 한류의 인기는 나중에 시들해질 수 있더라도, 한국학 연구는 여전히 한국을 세계에 소개하는 중요한 활동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연구의 핵심은 정부 기관이나 공무원, 외교관이 아니라 중립적인 학자들이 한국 연구를 해외에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것이다. 공공외교법에는 ‘공공외교 활동은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편중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중요한 원칙이 나온다. 공공외교는 세계 곳곳에서 골고루 이뤄져야 한다. 다만, 워싱턴은 조금 특별하다.

아이한 카디르 터키 출신 한국인·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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