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보이콧 동참 요구에 곤혹스러운 LG유플러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3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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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의 화웨이 보이콧 동참 요구에 가장 곤혹스러운 건 LG유플러스다. 현재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의 30%를 화웨이 장비가 차지하고 있고 아직 초기 구축 단계인 5세대(5G)망도 같은 비중으로(완성 단계 기준) 화웨이 장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유플러스 주가는 전날보다 6.35% 하락한 1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지 않은 SK텔레콤, KT는 각각 0.79%, 0.55% 하락하는데 그쳤다.

LG유플러스는 진퇴양난이다. 미국의 압력으로 장비사를 교체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 이미 화웨이 장비로 구축된 LTE망과 5G망의 연동성 문제 때문에 해당 장비들을 교체하려면 LTE망 전체를 재구축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22일(현지 시간) 미 상원의원들이 지역 통신사들이 채택한 화웨이 장비를 타 업체 장비로 대체하는 법안을 발의하자 통신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신장비 외에도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가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KT가 지난해 10월 발매한 화웨이의 스마트폰 재고가 소진되면 화웨이 제품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KT는 “검토한 적 없다”고 일단 부인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는 한 국내 사업자가 선제적으로 단말기 판매를 중단할 유인이 없다고 보고 있다. 화웨이 단말기는 통신3사 중 KT와 LG유플러스만 정식 출시해 판매하고 있는데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의 화웨이 배제에 동참하는 것이 단순히 LTE, 5G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교체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과 금융기관, 지자체 시설 등 곳곳에 구축돼 있는 내부 유선망에 화웨이 장비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기업과 공공기관 내부 유선망의 3분의 1이 화웨이 장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고 보면 된다. 미국의 압력이 있다 해서 이를 통째로 들어 낼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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