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 감시의 눈 집중 알면서도… 北,미사일 신호 보란듯이 흘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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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일대 미사일 활동 포착

북한이 함경남도 신흥 일대에서 미사일 관련 활동을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각종 신호가 25, 26일 연이어 포착되자 한미 군 당국은 해당 지역에 대해 감시 활동을 대폭 강화하며 의도 파악에 주력했다.

일단 군 당국은 미사일 도발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미사일 발사가 임박하려면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나 병력, 차량이 이동하는 등 외부로 드러나는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해당 지역에서는 관련 신호만 연이어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신호가 아니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군 전략정찰기가 연이어 한반도로 급파되는 등 어느 때보다 자신들에게 감시의 눈이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 같은 신호를 흘리는 배경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북한의 치밀한 계산에 따른 의도적인 신호 노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히 북한의 이 같은 신호가 포착되기 시작한 시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대규모 추가 대북제재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히는 등 입장 변화를 보인 직후라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대북제재 철회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원하는 건 대북제재 전반을 완화하거나 금강산관광 재개 허용 등 당장 북한으로 현금이 흘러들어올 수 있는 핵심 제재 완화인 만큼, 이런 조치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경고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지난 16개월 동안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고 있는 게 트럼프의 북핵 관련 최대 성과인 만큼, 이를 정면으로 흠집 낼 수 있다고 엄포를 놓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신흥은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북한 전문 웹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가 25일(현지 시간) “고체연료 등을 생산하는 ‘17호 공장’이 계속 가동되고 있긴 하지만 6개월간 유의미한 활동은 없었다”며 위성사진을 게재한 함흥 흥남구역, 신포 등과 함께 북한의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지역이다. 신흥에는 고체연료 미사일 공장 및 미사일 기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북한이 기습 타격 능력이 뛰어난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의 산실격인 지역에서 신호를 내보내는 건 긴장을 조성할 의도가 명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발사 준비를 하는 척하며 반응을 떠보는 기만 전술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동창리, 산음동 일대 미사일 도발 징후에 이어 이번 신흥 지역에서 미사일 활동 관련 신호를 추가로 노출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 일부 완화 등에 나서지 않을 경우 북한이 이동식발사대 노출 등으로 압박 수위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현재로선 본격적인 의미의 도발 재개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상황이 악화돼 북한이 미사일 도발 재개에 나서더라도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재개로 판을 깨기보다는 수위가 낮은 단거리탄도미사일 도발로 대화의 끈은 이어두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미사일신호#신흥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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