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美, 평화조약-관계정상화 길 선택… 北도 올바른 선택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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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국회대표단에 ‘북미회담’ 설명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1일(현지 시간) 워싱턴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을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 사안에 대한 의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평화 조약, 한반도 경제 번영 기반을 확보하는 것은 먼 길이지만 그렇게 하기로 선택했다.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6∼8일 평양에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 세팅은 마쳤고, 이제 어떤 비핵화 로드맵 메뉴를 올릴지 북한과 본격적인 기 싸움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 비건 “다음 주 정상회담 합의문 초안 작성 목표”

비건 대표는 이날 문 의장 등 국회 대표단을 만나 “(평양 실무회담에) 핵, 미사일, 국제법 전문가, 백악관 정상회담 기획자 등 16명과 함께 방북했다”고 밝혔다. 의견·경호 등 정상회담 실무 관계자뿐만 아니라 핵과 미사일 전문가, 제재 완화 및 관계 정상화와 관련된 국제법 전문가까지 대동하며 2박 3일간 비핵화 및 상응 조치와 관련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음을 시사한 것.

그러면서 “의제는 동의했지만 협상을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양측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고, 견해차를 좁히는 것은 다음 회의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평양 실무회담에서 북-미가 서로 비핵화와 상응 조치로 어떤 것을 갖고 있는지 패는 보여줬다는 얘기다.

비건 대표는 김혁철을 다음 주 만나 정상회담의 합의문 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비건 대표가 ‘다음번에 (김혁철과) 만나 합의문 초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베트남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가 이날 국회 관계자들을 만나 평화 조약을 언급한 만큼 평양 실무접촉에서 견해차를 좁힌 종전선언은 물론이고 향후 논의할 평화협정 관련 문구가 북-미 정상이 발표할 하노이 선언에 담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이미 폐기 가능성을 밝혔던 영변 핵시설 외에 추가적인 우라늄 등 핵물질 폐기 조치를 이끌기 위해 미국이 ‘실질적인’ 상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비건 대표는 차기 실무회담과 관련해 “난제를 모두 해결하기 어렵지만 일정 합의를 할 수 있다면 (성과에 대한)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기대치를 적절히 유지하고 어려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워싱턴 조야에선 여전히 북-미 간 비핵화에 대한 정의도 합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활약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은 워싱턴을 찾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 “종전선언은 유엔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다. 종전선언을 통해서 얻을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북한은 과거 (영변) 냉각탑을 폭파했지만, 금방 핵 개발 프로그램을 복구했다”고 말했다.
美국무부 부장관 만난 문희상 의장 문희상 국회의장(앞줄 오른쪽)이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문 의장과 여야 지도부 등으로 구성된 국회 방미단은 이날 설리번 부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면담했다. 국회 제공
美국무부 부장관 만난 문희상 의장 문희상 국회의장(앞줄 오른쪽)이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문 의장과 여야 지도부 등으로 구성된 국회 방미단은 이날 설리번 부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면담했다. 국회 제공

○ 워싱턴, 북한 ‘비핵화 지연술’에 여전히 불만

비외교관 출신으로 평소에도 직설화법을 즐기는 비건 대표는 이날도 북한이 수개월간 비핵화 협상에 나서지 않아 그만큼 시간이 지체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때 많은 흥분과 기대가 있었지만 북한이 불필요하게 시간을 끄는 바람에 대화가 지연됐고, 그 결과 남북 관계의 진척과 비핵화 진척이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사안의 민감성을 파악했고 한미 워킹그룹 설치를 통해 과거 이견이 있을 때보다 훨씬 좋은 상황에 있다. 북한이 이것(워킹그룹)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보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비건 대표는 “미국은 남북 관계 발전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제 제재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남북 관계의 발전이 비핵화 과정과 함께 나가야 하고 한미가 항상 같은 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 성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무엇보다 한미 간 대북 제재 공조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재확인한 것이다.

황인찬 hic@donga.com·박효목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스티븐 비건#미국#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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