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습니다, 한 번만 좀…” 전좌석 안전띠 단속 현장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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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좌석 안전띠 단속 현장.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전좌석 안전띠 단속 현장.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몰랐습니다. 한 번만 좀 부탁드릴게요.”

“안됩니다.”

2일 오전 11시 10분경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서초나들목 부산방향 진입로. 서초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김동준 경위가 진한 회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운전자 김모 씨(47)에게 과태료 3만 원을 부과하는 고지서를 발부했다. 김 씨는 안전띠를 매고 있었지만 옆자리의 여성이 안전띠를 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 차량이 적발된 곳은 고속도로 진입 전인 ‘일반도로’. 9월 28일부터 시행된 새 도로교통법에 따라 일반도로에서도 모든 좌석 탑승자가 안전띠를 매야하는데 김 씨 일행이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새 도로교통법 시행 이후 두 달여 동안의 계도기간이 지나면서 경찰은 1일부터 12월 한 달간 전 좌석 안전띠 착용 특별단속에 돌입했다. 안전띠를 매지 않은 게 적발되면 과태료 3만 원이 부과된다. 13세 미만 어린이의 미착용은 과태료 6만 원으로 성인의 2배다. 이날 단속이 진행된 곳은 남부순환로 양재역 방향에서 경부고속도로로 들어가는 길목으로 주말 나들이에 나선 차량이 긴 행렬을 이뤘다.

김 경위 등 경찰관 5명이 약 1시간 동안 단속을 벌였고 운전자 5명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SUV 운전자 김 씨처럼 “몰랐다”는 반응부터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는 운전자까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검정색 아우디 승용차를 몰던 주모 씨(53·여)는 뒷좌석에 있던 동승자가 안전띠를 매지 않은 게 적발됐다. “12월 1일부터 안전띠 단속이 동승자 전원에 해당하는 걸 알고 있었냐”고 김 경위가 묻자 주 씨는 “잊어버렸다. 생각도 못했다”고 답했다. 검정색 그랜저 운전자 임모 씨(39)는 뒷좌석에 탄 성인 여성이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 옆자리의 여자 어린이는 매고 있었다. 그는 김 경위의 적발내용 설명과 안내에 고개를 끄덕이며 고지서를 받아 들었다. 단속은 모두 경찰관의 육안으로 이뤄진다. 앞 유리창까지 짙게 틴팅(선팅)한 차가 많아 겉에서 차 내부를 보는 건 쉽지 않다.

단속은 개인 자가용뿐 아니라 버스, 택시와 같은 사업용까지 모든 차량이 대상이다. 버스의 경우 광역버스, 고속버스처럼 안전띠를 갖춘 좌석형 버스가 해당한다. 안전띠가 없는 시내버스는 단속 대상이 아니다.

사업용 차량은 운전사가 승객에게 반드시 안전띠 착용을 안내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운전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상당수 택시는 카드결제 단말기, 내비게이션 등을 이용해 승객이 탈 때 자동으로 안내방송을 내보낸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승객이 끝내 매지 않았다면 경찰은 차를 그대로 보낼 수밖에 없다. 과태료를 운전자에게만 부과하도록 도로교통법에 명시됐기 때문이다. 이날도 뒷좌석 승객이 안전띠를 매지 않은 택시가 적발됐지만 운전사가 내비게이션의 자동 안내 기능을 시연하자 과태료 부과 없이 보냈다.

경찰은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정착을 위해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차량 승차 중에 교통사고로 숨진 1047명 중 안전띠를 매지 않은 사람은 227명(21.7%)에 달한다. 권오성 서초경찰서 교통안전계 1팀장은 “안전띠를 매지 않은 채 사고를 당하면 맸을 때보다 더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며 “안전띠를 매는 게 모든 탑승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안전띠 매기에 동참해달다”고 당부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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