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고용추락… 성장통이라는 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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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취업자 증가폭 3000명 ‘쇼크’… 실업자 113만명, 외환위기후 최악
靑 “경제체질 바뀌며 오는 통증”
김동연 “최저임금 속도조절 협의”


지난달 실업자 수, 취업자 증가폭, 청년실업률 등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에 표시되는 주요 고용지표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당청과 협의하겠다”며 고용재난의 일부 원인이 정책 실패에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경제 체질이 바뀌며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다른 목소리를 내며 정책 기조를 합리화했다.

통계청이 12일 내놓은 ‘고용동향’에 따르면 8월 취업자 수는 2690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00명 늘었다. 이 같은 취업자 수 증가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10년 1월(―1만 명) 이후 가장 작은 것이다.

8월 실업자 수는 113만3000명으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실업자 규모는 8개월 연속 100만 명대를 웃돌고 있다. 이는 실업자 수가 10개월 연속 100만 명을 넘으며 한국 사회가 큰 고통을 받았던 1999년 6월∼2000년 3월 당시와 비슷하다.

업종별로는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에서 20만2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경비원 등이 속한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역시 11만7000명 감소하며 역대 최대 폭으로 일자리가 줄었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0%로 1999년 8월(10.7%) 이후 가장 높았다. 청년실업과 관련해 통계청은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이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식당과 편의점 등의 고용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용재난이 경제 활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데도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성장통’을 거론하며 “국민들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고용재난에 책임이 있는 청와대의 유체이탈식 화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조차 “이대로 가다간 내년까지 고용 회복이 어렵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정책 궤도 수정 여부를 두고 논란이 거세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날 김동연 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 직후 고용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최저임금을 들었다. 그러면서 “탄력근로제를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문제와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두고 관계부처, 당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정책에 대한 도그마(독단적 신념)를 버리지 않고서는 얼어붙은 일자리 시장을 녹이기 어렵다고 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정책 방향을 전환하지 않고는 악화된 고용지표를 되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문병기 기자
#고용#청와대#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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