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양승태 대법 ‘靑청탁 문건’ 윤병세 前장관에 전달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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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징용 소송 판결 지연 대가로 유엔에 법관 파견 지원 요청 정황
靑방문 임종헌 만난 주철기 前수석, “참고해 잘 시행” 외교장관에 보내
실제로 이듬해 ‘사법협력관’ 파견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던 2013년 10월 말 청와대에 청탁한 내용이 주철기 당시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통해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 직접 전달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윤 전 장관 앞으로 송달된 당시 주 수석과 임 전 차장의 면담 기록이 담긴 문서를 확보했다. 이 문서에는 임 전 차장이 당시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의 진행 상황과 향후 방향을 주 수석에게 보고한 내용과 함께 “주 유엔대표부에 법관을 파견하도록 도와 달라”고 청탁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주 수석은 면담 이후 임 전 차장과의 협의 내용을 참고해 잘 시행하라는 취지로 면담 기록을 윤 장관 앞으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듬해인 2014년 6월부터 법원행정처는 유엔대표부에 ‘사법협력관’이라는 이름으로 판사를 보냈다.

임 전 차장은 2015년 6월 당시 송영완 오스트리아대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전날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을 만나 (징용 소송에 관한) 의견서 제출을 협의했다. 이참에 오스트리아 대사관 법관 파견을 잘 부탁드린다”고 청탁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처장이 PC에 이메일 초안을 저장해 검찰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6년부터 시작된 오스트리아 대사관 파견 판사는 2010년 이후 중지된 상태였다. 임 전 처장이 요구한 오스트리아 대사관 파견은 성사되지 않았다. 다만 외교부는 2016년 11월 “양국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재상고심을 맡은 대법원 재판부에 제출했다.

한편 검찰이 외교부와의 재판거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중 외교부만 발부하고,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 등은 기각한 것을 놓고 판사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일 ‘일개 행정처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대법관이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례적인 기각 사유를 밝혔다.

대전지법의 김모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에 “(대법관의) 퇴임사에서도 어김없이 ‘인권의 최후 보루’나 ‘사회적 약자 보호’ 같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법원은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능력을 합리화하고 결백을 가장하는 윤리적 알리바이 만들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영장 기각이 정당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결국 혐의를 충분히 소명하라는 의미이며 심의관들의 문건이 대법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강조사를 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고도예 기자
#양승태 대법#청와대 청탁 문건#윤병세 전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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