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기의 만남’ 카펠라 호텔, 직접 가보니 예상과 전혀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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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6월 6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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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센토사섬, 동아일보 DB
싱가포르 센토사섬, 동아일보 DB
싱가포르 최대 관광지인 센토사섬 초입에 위치한 카펠라 호텔. ‘세기의 만남’ ‘역사적 담판’으로 불리는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발표되기 직전인 3일 본보는 카펠라 호텔을 찾았다.

싱가포르 본섬과 센토사섬을 잇는 유일한 도로인 길이 700m의 다리를 건너 4차선 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왼편에 카펠라 호텔로 이어지는 2차선 도로 입구가 보였다. 그러나 도로 초입에 설치된 호텔 표지석을 유심히 보지 않으면 최고급 호텔이 있을 만한 곳이 아니라고 판단해 그냥 지나칠 정도였다. 시골 마을 2차선 도로 정도로 보이는 이 도로는 카펠라 호텔로 가는 유일한 도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12일 이 도로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경사진 도로를 따라 100여m를 올라갔지만 호텔 시설물이라고 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도로 양옆으로는 우거진 수풀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간간히 차량이 오가고 새소리가 들려올 뿐 주변은 매우 고요했다. 100여m를 더 올라가자 경비 초소로 보이는 원통형 건물이 보였다. 또다시 100여 m를 더 올라 언덕 끝에 다다르자 그제서야 호텔 본관 건물이 보였다. 본관 앞에 펼쳐진 원형의 넓은 잔디밭을 공작으로 추정되는 새들이 유유히 거닐고 있었다.

싱가포르 최고급 호텔인 카펠라 호텔은 화려할 것이란 예상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중세 유럽 왕족들이 그들만의 연회 장소이자 휴식처로 꽁꽁 숨겨놓은 듯한 비밀 별장 같은 분위기였다. 최상위층 투숙객들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휴식할 수 있게 하는데 주력한 듯 했다. 외부인 접근이 철저하게 차단되고 내부에서 일어난 일들이 외부에 유출될 수도 없는 중세 유럽 비밀의 성 같았다. 호텔 자체가 입구에서 300여m를 들어가야 나타나는 만큼 엿보려야 엿볼 수 없는 구조였다.

카펠라 호텔은 12만㎡(약 3만6700평) 규모 대지에 건설됐다. 호텔 직원은 호텔을 둘러보는 기자에게 “호텔이 매우 넓어 걸어서 가기 힘들다”며 “골프 카트를 태워주겠다”고 말했다. 호텔 본관 앞에만 골프카트 수십 대가 주차돼 있었다. 호텔은 2층의 길다란 타원 형태 건물로 112개에 달하는 객실이 있었다. 가장 저렴한 객실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박에 64만 원(조식 포함), 가장 비싼 객실인 콜로니얼 하우스는 1050만 원에 달할 정도로 싱가포르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호텔이다. 내부엔 복수의 연회장과 수영장, 골프장, 레스토랑, 스파, 라운지, 정원 등이 갖춰져 있다. CNN은 5일(현지시간) “미국과 북한이 외부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로 판단했다”며 회담이 호텔 내 최고급 객실인 콜로니얼 하우스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이 이 호텔을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최종 확정한 배경에는 최고급인 만큼 정상회담의 격에 부합하는 점 호텔 입구 도로만 봉쇄하면 되는 한편 호텔 내부 공간은 매우 넓어 두 정상의 동선 보안 유지 및 철통 경호에 유리한 점, 상대적으로 고지대인 호텔에서 남중국해가 내려다보이고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두 정상이 ‘비핵화 담판’과 관련한 밀담을 나누며 거닐만한 팔라완 해변이 있는 점 등이 총체적으로 고려된 결과로 보인다. 호텔 입구 도로만 차단하면 12만㎡에 달하는 호텔 전체를 북미정상회담만을 위해 요새화할 수 있다. 한해 500만 명 이상이 찾는 싱가포르 최대 관광지 센토사섬 내에 있지만 유니버셜 스튜디오, 어드벤처 코브 워터파크 등 센토사섬 주요 관광지가 시작되기 전인 섬 초입에 자리한 점도 장점이다. 센토사섬으로 이어지는 다리와 케이블카, 모노레일(센토사 익스프레스)만 차단하면 섬 전체를 하룻동안 ‘북미정상회담 섬’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한편 당초 북미정상회담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던 샹그릴라 호텔은 호텔로의 접근 경로가 호텔 동쪽 및 서쪽 통로, 호텔 앞 샹그릴라 아파트먼트를 통해 들어오는 경로 등으로 다양하다는 점에서 경호상 단점으로 탈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샹그릴라 호텔은 싱가포르 최대 번화가로 한국의 명동격인 오차드 거리 끄트머리 오렌지 그로브 거리에 위치해 있다.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는 오차드 거리와 인접해 외부인 차단이 용이하지 않은 점 역시 최대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소식통은 “샹그릴라는 다소 시끌벅적한 공개 이벤트에 어울리는 곳”이라며 “회담의 가장 큰 의제가 비핵화이고 두 정상간의 조용하고 은밀한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비밀스러운 담판에 어울리는 카펠라를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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