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부동산]아파트에 밀렸던 단독주택이 다시 뜬다…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6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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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 씨(44)는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2층짜리 단독주택을 10억 원에 샀다. 대지면적 169㎡의 지은 지 35년 된 주택이었다. 김 씨는 이 집을 리모델링해서 카페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남편의 은퇴 이후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를 대기 위해 창업을 하려는 것이다. 그는 “오래된 단독주택이라 그나마 싸게 살 수 있었다. 망원동 상권이 뜨니까 나중에 세를 줘서 임대료를 받아도 손해 보는 투자는 아니라는 생각에 결심했다”고 했다.

아파트에 밀려났던 단독주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노후 단독주택을 개조해 카페나 음식점으로 바꾸거나 직접 거주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골목상권이 활발한 서울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단독주택 거래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단독주택 매매거래량은 16만2673채로 집계됐다. 3년 전에 비해 24.2% 증가해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거래(20.8%)보다 증가폭이 컸다. 특히 지난해 서울의 단독주택 거래량은 2만160채로 3년 전보다 60% 늘었다.

단독주택 수요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임대수익을 노린 투자 증가로 풀이된다. 단독주택을 음식점, 카페 등으로 용도변경을 한 뒤 임대하는 식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단독주택은 꼬마빌딩을 사기에는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이 10억~20억 원 선에서 투자할 수 있는 중간투자처”라고 말했다. 30억~40억 원에 이르는 꼬마빌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 나름대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어 노후를 준비하는 50, 60대의 관심이 높다는 설명이다.

중견기업 임원인 50대 여성 이모 씨도 노후준비를 위해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2층짜리 단독주택(대지면적 116㎡)을 21억 원에 샀다. 은퇴 후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 대출을 받아 집을 매입했다. 그는 이 집을 허물고 새로 지은 다음 1층은 상가로 꾸며 세를 주고 2, 3층은 원룸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 씨는 “이렇게 낡은 단독주택이 아니었다면 청담동에서 이 가격으로 건물을 산다는 건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새 단독주택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 망원동, 마포구 상수동, 성동구 성수동 등 주요 골목상권의 단독주택은 이미 찾아보기 힘든 매물이 됐다. 망원동의 G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3, 4년 전 3.3㎡당 1700만~2000만 원이었던 이 일대 단독주택 가격이 지금은 3000만 원 이상으로 올랐다. 단독주택이 갈수록 귀해지니까 요새 입지가 좋은 곳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전했다.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 입주하는 30, 40대 젊은 부부도 늘고 있다. 최근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독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올해 5월 결혼하는 회사원 신모 씨(33)는 최근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2층짜리 단독주택(대지면적 139㎡)을 5억6000만 원에 샀다. 이곳을 리모델링해서 신혼살림을 차릴 생각이다. 신 씨는 “작지만 마당도 있어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이웃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맘껏 뛰어놀 수 있을 것 같아 결정했다”고 말했다.

단독주택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구입 시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단독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가격 상승률이 높지 않아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국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2014년 말 2억5769만 원에서 2017년 말 3억1355만 원으로 21.7% 오를 때 단독주택은 2억2458만 원에서 2억6471만 원으로 17.9% 오르는데 그쳤다.

단독주택은 구입 후 수리비나 관리비용도 많이 든다. 여기에 노후주택이 많은 탓에 구조상 안전한지도 잘 따져봐야 한다. 고준석 센터장은 “상가로 용도를 바꿀 생각이라면 상권의 입지를 잘 따져보고, 집을 살 때 계약서에 안전진단 상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집주인으로부터 받아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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