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수출 90% 봉쇄… 송유관 못 잠갔지만 김정은 자금줄 타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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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석유공급 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석탄 등 광물 수출을 단계적으로 차단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북한의 원유 및 정제유 수입을 옥죄기 시작했다. 노동당과 군부 등 권력기관의 자금줄인 광물과 수산물 수출 길을 차단한 데 이어 직물 수출까지 막고 새로운 해외 노동자 취업 길을 막은 것도 새 결의안의 성과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초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지 못했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 시 원유 공급 차단 수위를 높일 수 있는 교두보도 마련했다. 북한에 큰 경제적 타격을 주는 성과는 얻었다.

원유를 합친 전체 북한 유류 수입의 30% 감소를 가져올 이번 조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정제유 수입을 연간 200만 배럴(약 30만 t)로 제한한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서 받은 원유를 북한 평안북도 피현군 봉화화학공장에서 정제한다. 기술이 낙후됐기 때문에 원유 10만 t에서 휘발유와 디젤유를 각각 2만 t 정도만 얻을 수 있는 실정이다. 중국이 주는 원유의 40% 정도만 연료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제유는 전량이 연료로 전환되기 때문에 북한은 최근 원유보다는 정제유 수입량을 늘려 왔다.

휘발유와 디젤유 중유 등은 우선 관용 및 군용 차량에 공급되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북한 권력기관과 군의 에너지난이 심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민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북한 내부의 가격을 안정화시켜 주는 ‘장마당 경제’에선 유통이 핵심인데, 운송수단이 유류 부족으로 가동되지 못하면 쌀과 생필품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종 결의안에 담긴 섬유·의류 수출 금지 조치 역시 북한 외화벌이의 마지막 기둥을 뽑아버린 것과 같은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KOTRA가 발표한 2016년도 북한 대외무역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수출품목 1위는 석탄 등 광물로 11억9000만 달러(42.3%)를, 2위는 의류로 7억3000만 달러(25.8%)를 나타냈다. 지난달 5일 시작된 광물자원과 수산물 수출 금지에 이어 섬유 수출 금지 조치까지 더해지면 북한의 주요 수출 품목은 90% 이상 봉쇄된다. 김정은과 권력기관들의 달러 자금줄이 사실상 끊어지는 셈이다.

해외 노동자의 경우 미국은 고용과 기존 노동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등 ‘전면금지’를 추진했으나, 최종안에는 신규 고용 시 안보리에서 허가를 받는 방안으로 다소 완화됐다. 안보리 결의 채택 이전에 고용이 확정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12월 15일 이전에 안보리에 통보해야 한다. 가장 많은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의견이 반영된 대목이다.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최소 5만 명 이상이 연간 약 2억 달러를 북한 정권에 벌어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종안의 개인·단체 제재 대상 명단에 김정은이 삭제된 것 역시 북한의 반발을 우려한 중국과 러시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미국은 이 조항을 빼주는 대신 정제유 쿼터 등을 관철시킨 것으로 보인다. 초안에는 김정은을 비롯해 그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황병서 김기남 박영식 등 5명이 제재 명단에 포함됐지만, 최종안에는 1명으로 줄었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또 초안에는 북한 정부, 노동당, 인민군, 당 중앙군사위, 고려항공 등 총 7개 기관도 제재대상에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3개 조직으로 줄었다. 북한 유일의 항공사인 고려항공은 제재 명단에서 빠졌다.

주성하 zsh75@donga.com / 세종=최혜령 / 위은지 기자
#북한#수출#대북#석유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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