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말9초 위기설 키우는 北 “최후 수단 행동으로 넘어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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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채택 이후]北 “유엔결의 전면 배격” 반발

북한이 끝내 벼랑 끝 ‘강대강(强對强) 전술’을 선택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단결된 압박, 한미일 3국의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굳건한 대북 공조로 수세에 몰린 북한이 ‘정부 성명’이란 최고 권위의 발표 형식을 통해 “유엔 결의를 전면 배격한다”는 김정은의 의중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북한이 공개적인 대결 카드를 집어 들면서 조만간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8말(末) 9초(初) 위기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리용호 외무상 등 북한 대표단은 중국, 러시아 등과 연쇄회담,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국면 전환을 노렸지만 국제적 압박의 칼끝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北 “美에 천백 배로 결산할 것”

북한은 7일 오후 3시경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 결의(2371호)를 전면 배격한다”며 “우리 국가와 인민을 상대로 저지르고 있는 미국의 극악한 범죄의 대가를 천백 배로 결산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가 나온 지 하루 반,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가하겠다”고 통화한 지 6시간 만에 북한의 공식 대응이 나온 것이다.

북한은 1993년 이후 7번째인 ‘정부 성명’이란 중대발표 형식을 통해 한미일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외길을 택했다. 성명은 “단호한 정의의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든가 “그 어떤 최후 수단도 서슴지 않고 불사할 것”이라며 추가 도발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을 계속 몰아붙였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이날 ARF에서 만나 “지속적인 대북제재 강화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압박함으로써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대화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성명을 내고 “안보리 제재 결의가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안정을 유지하고, 비핵화 과정을 추진하며 국제 핵무기 확산을 방지한다는 목표에 부합한다”며 북한을 외면했다. ARF 회원국들은 이르면 8일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을 촉구하는 공동성명 채택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 8말 9초 위기설 현실로?

북한과 국제사회의 대치 국면이 이어지면서 북한의 향후 추가 도발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게 됐다. 21일로 예정된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다음 달 9일 북한 정권수립일 전후 도발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쏜 북한이 이번에는 6차 핵실험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도발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ARF 기간 내내 극도로 말을 아끼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7일 오후 본회의에서 도발의 민낯을 드러냈다.

리 외무상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케트를 협상탁(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도발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8쪽에 걸쳐 준비해 온 연설문을 읽은 리 외무상은 “우리가 선택한 핵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핵보유국들은 (미국의) 군사적 공격을 받은 일이 없지만 핵을 못 가진 그라나다 파나마 아이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등은 미국의 군사적 침공을 받아 정권 교체를 당했다”고도 했다.

리 외무상은 이어 “우리는 책임 있는 핵보유국, 대륙간탄도로케트(미사일) 보유국”이라며 “미국의 반공화국 군사행동에 가담하지 않는 한 미국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핵미사일을 오로지 미국만 겨냥하겠다는 것으로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오후 북한 측의 기자회견 계획 소식이 알려지자 리 외무상 숙소인 뉴월드 마닐라베이호텔은 회견 시작 2시간 전부터 2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ARF 연설을 마치고 리 외무상이 도착하자 현지 경찰이 서서 지키던 포토라인마저 와르르 무너졌다. 리 외무상의 연설에 대해 참석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황인찬 hic@donga.com / 마닐라=신나리 / 김수연 기자

● 북한 ‘정부 성명’

정확한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이다. 북한의 여러 발표 형식 중 최고 수준의 권위와 무게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시작으로 역사적인 변곡점마다 정부 성명 형식을 통해 입장을 내놨다. 7일 나온 성명은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이후 1년 7개월 만이자 역대 북한의 7번째 정부 성명이다.
#대북제재#문재인 정부#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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