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1> “더 이상 이대로 두지 않겠다” 美 경고에 中 반응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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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보는 북핵 시계는 ‘레드 라인’(포용과 인내의 한계선)에 접근하고 있지만 중국에게는 멈춰있다. 북한이 지난해 4,5차 핵실험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만 13차례 장단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통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에 근접했다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만 중국은 전혀 긴박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못지않게 이를 막지 않거나 오히려 비호한 중국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 더 이상 이대로 두지 않겠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중국과) 대화는 끝났다”(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더 해야 한다”(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미 고위층의 이런 발언은 지난달 28일 북한의 두 번째 ‘화성-14호’ ICBM 발사 이후 미국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는 ‘중국 책임론’의 경보음이다. 북핵 문제가 얼마나 급박한 발등의 불이 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중국은 어떤가.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지난달 31일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대화 재개와 긴장완화는 중국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미국과 북한에 달려 있다”고 응수했다. 이는 지난해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뒤에도 한 얘기다.

‘인내가 끝나가는’ 미국은 북한 압박에 소극적인 중국에 경제 제재의 칼을 뺄 준비를 하고 있다. 빠르면 이번 주 나올 경제 제재안에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 포함되면 미중간 무역 및 경제 전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중국은 이제 긴장하고 있다. 첸커밍(錢克明) 상무부 부부장은 31일 “북핵 문제는 미중 무역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며 관련성이 없어 함께 섞어서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역 전쟁이 나면 중국의 피해가 적지 않기 때문에 북핵이 무역분쟁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이 비록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됐지만 올해 1분기 중국 대외 무역 흑자의 75%(약496억 달러)를 미국과의 무역에서 거두는 등 미국 의존도가 높다.

중동의 강국 이란도 미국이 2010년 내린 ‘포괄적인 이란 제재법’(이란의 석유 수입국의 기업이 미국의 금융기관 거래를 중단시키는 것 등 내용)이라는 ‘이란판 세컨더리 보이콧’에 못이겨 2015년 손을 들고 핵동결 협상에 서명했다.

더욱이 올 가을 제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1인 지배 체제 강화에 나서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으로서는 최대 무역 상대국인 미국과의 관계가 ‘반(半) 파탄’이 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시 주석이 반부패 등으로 쌓아놓은 국내 정치적 자산이 있지만 미국과 갈등이 격화되고 이에 따라 무역 전쟁이 나타나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안보와 경제 무역’을 분리하자는 중국의 주장은 자기 모순이다. 중국은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중국 내 롯데마트에 소방 위생 단속을 벌여 영업정지시키고, 단체 관광 및 인문 교류 중단 등 전방위 보복 조치를 하고 있어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야말로 2010년 노르웨이 스톡홀름에 위치한 노벨평화상 위원회가 류샤오보(劉曉波)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었다는 이유로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금지하는 등 ‘경제 보복’을 전가의 보도로 삼고 있다.

류제이 대사의 발언 등 중국측이 구두선을 삼는 ‘북핵 북미 책임론’은 지난해 2월부터 중국이 주장하는 ‘항장의 칼춤’을 빙자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논리와도 맞지 않다.

중국 왕이(王毅) 부장은 지난해 2월 한미 당국이 사드 배치 공식 협상을 개시한다고 발표하자 한반도 사드 배치를 ‘항장의 칼춤’에 비유하면서 사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항우가 유방을 ‘홍문의 연회’에 불러 놓고 부하인 항장에게 칼춤을 추다가 유방을 칼로 베도록 한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이 고사대로라면 유방(중국)은 칼춤을 추는 항장(사드 배치한 한국)이 아닌 항우(미국)와 담판을 지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 등 어디에서도 미국과 정면으로 사드에 대해 언급하거나 따지지 않는다. 중국내에서도 이런 중국의 태도를 미국에 겁먹은 것이라며 비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항장의 칼춤’ 논리를 제시한 지난해 2월 이후 북핵 해결 방안으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과의 평화협정 협상)을 내세우고 있다.

이 논리가 나온 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해 ICBM 현실화에 바짝 다가갔다. 급기야 지난달 28일 북한이 2차 ICBM을 발사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가 내놓은 ‘양비론(북한 미사일 발사 유감 표현과 사드 배치 반대)’은 지난해 초와 다를 바가 없다. 북한은 이미 선을 넘어가고 있음에도 더 매서운 회초리를 들지 않고 ‘안보리 제재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은 미국 등 서방의 ‘대북 핵억제 책임론’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하랴’라는 논리를 편다. 이야말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무책임과 허위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는 31일 “트럼프는 중국이 아주 쉽게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하는데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결정하고 한미 군사 위협도 무시하는데 어떻게 중국의 제재가 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느냐”고 주장한다. 관영 신화통신은 같은 날 “중국은 북미 양자문제를 해결할 마법의 지팡이를 갖고 있지 않다”며 “북한의 ICBM급 2차 도발을 계기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분풀이 대상을 잘못 찾았다”고 반박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중국이 막상 마음먹고 북한 핵개발 저지에 나섰지만 북한이 말을 듣지 않거나 효과가 없을 경우 시 주석과 중국 의 체면에 먹칠을 할 까봐 나서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중국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중국은 북한 대외 교역의 90%, 북한으로의 석유 수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숫자보다 단둥(丹東) 투먼(圖們) 훈춘(琿春) 창바이(長白) 등 북중 국경 도시를 가보라. 마치 양국간 혈류가 흐르듯 물자를 실은 트럭과 기차가 끊임없이 오간다. 유엔 안보리 제제국과 제재 대상국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단둥에서 만난 많은 대북 사업가들은 ‘베이징에서 하는 대북 제재 우리는 모르오’라고 한다. 설령 공식 해관(세관)이 막히면 압록강을 따라 60여개의 크고 작은 부두에서 밀무역이 이뤄진다. 24시간 밀수를 막을 수도 없고 국고로 들어가는 관세와 달리 뒷돈을 챙길 수 있는 밀수를 막을 이유도 없다. 그게 북중간 현실이다. 지난해 미국이 적발해 중국에 조사하도록 한 단둥의 훙샹(鴻祥) 그룹은 대형 선박으로 전략 금수 물자를 실어날랐다. 물론 중국 당국의 진정성있는 제재 의지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국경은 베이징에서 멀기만 하다.

미국은 이렇게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을 비난하지만 미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중국의 협조를 구하거나 압박을 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개발이 먼 아시아의 동맹국 한국이나 일본에 대한 위협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서부 뿐 아니라 북한에서 1만km 이상 떨어진 워싱턴 뉴욕까지 미친다고 하자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제 중국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추동력은 미국이다. 미국이 북한 핵이 얼마나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지, 그래서 중국을 어느 정도로 압박하는냐에 달려 있다. 진정 북핵을 막는 것이 중국과 무역 전쟁이라도 할 만큼 심각한지를 보여줄 때다.

중국으로서도 기존처럼 북한 핵 개발을 사실상 묵인 내지 소극적 제재로 방패막을 하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할 것인지, 아님 혈맹도 아니고 이제는 동맹도 아니라는 북한을 감싸기 위해 중국의 이익이 훼손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고 결단을 내릴지 선택의 순간을 맞을 수 있다.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이런 대국간 관계의 풍향을 결정하는데 한국은 얼마나 참여할 수 있을 까. 한국이 고래 사이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닌 양측이 무시 못하는 ‘고슴도치’가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는 지 어느 때보다 외교적 지혜가 필요한 때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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