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美의 北ICBM 평가는 과장… 세상 끝난 것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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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도발]한미클럽 세미나서 남북대화 강조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사진)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갖췄다’는 미국의 평가는 과장된 것 아닌가 싶다”며 “현 단계에서는 완전히 ICBM을 획득했다고 보기에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어 대화와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6일 사단법인 한미클럽이 개최한 ‘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와 한미동맹’ 세미나에서 문 특보는 학자로서의 견해라는 점을 전제한 뒤 “개인적 입장으로, 미국 국무부와 렉스 틸러슨 장관이 ‘화성-14형’을 (ICBM이라고) 너무 쉽게 결론 내린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화성-14형을 발사했다고 세상의 끝이 아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특보는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로부터 ‘대기권 재진입 시 마찰열을 잘 견딜 수 있는지, 감속이 통제되는지, 실제 핵탄두 장착 시 작동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도 없고 미사일 탄도탄 안정성 시험 횟수도 부족하다’는 의견을 이메일로 받았다”며 “그렇다면 아직 시간이 있지 않나. 진짜 ICBM 능력을 가져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 상당히 대화와 협상이 어렵겠지만 아직은 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문 특보의 발언은 북한 미사일 위협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만찬회담에서 “(북한 ICBM 개발은) 2년쯤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이 예상했지만 4일 발사한 미사일은 거의 ICBM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상황 인식과도 온도차가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문 특보가 북한의 ICBM 관련 상황을 장밋빛으로 낙관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다만 큰 틀에선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근본적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문 특보는 남북 대화에 대해서는 “정상회담을 빨리 할수록 좋지만 국제사회와 남북 내부 환경이 녹록지 않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서는 “민생경제가 흔들린다고 하면 국민 생존을 생각해야 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미국이 미군 무기 갖다놓고 운영하는데 우리가 왈가왈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함께 세미나에 참석한 오준 전 주유엔 대사는 이날 “레드라인과 핵 동결은 이미 의미를 잃었다”며 “핵 능력은 실증되는 능력이 아니라 추론되는 능력이기 때문에 (북한의 핵 보유 능력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또 오 전 대사는 “전쟁을 해도 대화는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보상을 비핵화의 한 단계에 들어가야 줘야지, 대화가 열린다고 줘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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