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들 온다” 비상걸린 세종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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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인사에 기재부 등 긴장
“반년 넘게 사실상 개점휴업, 앞으로 정시퇴근 꿈도 못 꿀것”
‘이젠 실력으로 승부’ 기대감도

‘한국 교육의 유쾌한 반란’ 주제로 강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경기중등교장협의회 강연을 위해 아주대 대강당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김 후보자는 ‘한국 교육의 유쾌한 반란’을 주제로 1시간여 
동안 강의했다. 수원=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한국 교육의 유쾌한 반란’ 주제로 강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경기중등교장협의회 강연을 위해 아주대 대강당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김 후보자는 ‘한국 교육의 유쾌한 반란’을 주제로 1시간여 동안 강의했다. 수원=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새로 오게 될 보스가 ‘워커홀릭(일 중독자)’이라는데…. 벌써부터 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22일 정부세종청사 4동 기획재정부 앞 정원. 기재부 소속 한 서기관이 커피를 마시다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반년 넘게 대부분의 부처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는데, 정권이 바뀌고 장관 인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잇따라 단행되는 신임 장관 및 청와대 보좌진 인사를 두고 관가 안팎에서는 “고요한 연못에 메기를 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시에 갇혀 적막감마저 감돌았던 공직사회가 한층 바빠지고 활력이 감돌 것이라는 기대감과 걱정이 묘하게 뒤섞이고 있다. 기재부의 다른 사무관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과거 업무 스타일을 감안하면 적어도 올해 내내 정시 퇴근은 꿈도 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세종청사 출범 이후 정부 안팎에서는 공직 기강이 과천청사 시절보다 해이해졌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왔다. 서울∼세종 140km를 오가느라 체력적으로 힘이 들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길바닥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핑계로 업무에 다소 소홀해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분위기가 컸다.

실제로 실·국장급 고위 공무원은 청와대-국회 보고로 서울에, 과장급 중간 간부는 고속철도(KTX)나 고속도로 어딘가에, 서기관급 이하는 세종시에 각각 뿔뿔이 흩어져 있는 날이 많았다. 과거 간부가 사무실에 부하직원을 앉혀놓고 보고서에 빨간 줄을 그어가며 업무를 가르치는 ‘도제식 교육’은 진즉에 사라졌다. 일선 직원들이 간부와 전화 통화조차 제대로 하기 어렵다 보니 손발은 안 맞고 정책 품질은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인사 이후 관가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당장 김동연 후보자부터 일벌레로 소문났다.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을 다니면서 주경야독한 끝에 행정고시에 합격해 장관까지 올라간 입지전적 인물이다.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된 이정도 비서관은 지방대(창원대)를 나와 7급으로 공직에 입문해 예산실 심의관까지 지냈다. 기재부에서는 아직도 “일을 하려면 ‘이정도’는 해야 한다”는 말이 회자된다.

기재부의 한 국장급 관계자는 “명문대 출신이 즐비한 기재부에서 비주류로 그 정도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밖에서 볼 때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에 몰두해 발군의 성과를 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런 인물들이 쏙쏙 뽑혀 부처 수장이나 청와대 요직으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관가에서는 ‘이제는 일로 승부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는 것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워커홀릭이다. 홍 실장은 기재부 대변인 시절 출입기자들로부터 “1단 기사도 1면 톱기사를 쓰듯 업무에 공을 들이는 관료”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교수 출신이지만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사회에서 재벌 개혁에 앞장선 운동가이기도 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줄 대기에 바쁜 보통의 폴리페서와 달리 현실 참여에 신념을 갖고 시민운동을 했기 때문에 다른 교수 출신 고위직과는 업무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전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워커홀릭#문재인 정부#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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