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해요 트럼프”…충격받은 힐러리, 대선패배 뒤늦게 인정한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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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힐러리 클린턴) 선거 캠프 상황은 어떤가요?”

“우리가 이길 것 같지 않습니다.”

“우리(백악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께선 시간을 끄는 게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하십니다.”

지난해 11월 8일 밤 미국 대선 결과가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불리하게 나오자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 데이비드 시마스 백악관 정치국장은 로비 무크 선거대책본부장에 ‘조속한 패배 인정’을 종용했다. 당시 오바마는 ‘순탄한 정권 이양을 위해선 클린턴 전 장관의 패배 인정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 반면, 클린턴은 러스트 벨트(낙후된 공업 지대)에서의 판세 역전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무크 본부장은 클린턴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패배 인정 선언을 하기를 원합니다. 우리(클린턴)가 승리할 방도가 없어 보입니다”고 말했지만, 클린턴은 “나도 알아요. 하지만 그 연설을 할 마음에 준비가 안돼 있네요”라고 대답했다.

백악관을 출입하며 대선 전 과정을 취재한 블룸버그 통신의 조너선 앨런, 의회전문지 ‘더 힐’의 에이미 파네스 기자 18일 출간한 대선 취재기 ‘산산조각난(Shattered)’에 담긴 내용이다. 클린턴은 다음날(11월9일) 오전 2시 반이 넘어서야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해요. 도널드”라고 말했다.

잠시 뒤 오바마가 직접 전화하자 클린턴은 “대통령 님, 미안합니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오바마 대통령)를 실망시켰고, 그녀 자신을 실망시켰고, 민주당을 실망시켰고, 미국을 실망시켰고,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과 그녀 자신의 꿈이 트럼프의 발 아래 산산조각났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적었다.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보면서 “마치 (예상과 완전히 달랐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같다”고 위로했다.

그러나 이 책은 “e메일 스캔들 같은 악재를 다루면서 클린턴 전 장관은 ‘왜 언론이 저 얘기만 다루게 하느냐’며 참모들을 탓했고, 캠프 참모들도 자만심에 젖어 하지 말아야 잘못들을 스스로 자초하곤 했다”고 적었다.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 클린턴 자신과 캠프 내부에 있었다는 얘기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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