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3행시 ‘반전 어법’에 실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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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확산… 상대방 비하 논란도

  ‘반가웠습니다. 기운 내세요. 문재인이 있잖아요.’

 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 도전을 포기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진 이른바 ‘반기문 3행시’다. 반 전 총장이 오른손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에 3행시가 결합된 형태로 빠르게 확산됐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이들에게는 재치의 웃음을,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이들에게는 실소(失笑)를 짓게 했다.

 온라인에선 대권 후보들을 겨냥한 ‘3행시 선거운동’이 활발하다. 대세로 거론되는 문 전 대표는 ‘문을 두드려 봅니다. 재기할 수 있게 해드립니다 새누리를요. 인명진입니다’로 졸지에 상대 정당을 응원하는 후보가 됐다. 지난달 18일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새누리당의 ‘개혁’을 외치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직후였다.

 또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홍보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말 SNS에 등장한 황교안 3행시는 ‘황교안입니다. 교만하지 않겠습니다. 안희정을 밀어주세요’였다.

 3행시 유행은 대선 후보를 향한 지지율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 외에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후보들의 ‘발목 잡기’로 활용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의 3행시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25.3%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을 앞지른 때와 맞물린다.

 이런 현상은 국민이 정치를 놀이로 생각하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SNS가 갖고 있는 ‘다른 사람 깎아내리기’라는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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