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北무장탈영병 조선족 살해 현장 다시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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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中경제합작구 안에 탈북방지부대… 중국軍, 국경지대 철조망 보강작업도
중국군 아직도 마을서 삼엄한 경계… 당시 범행 北군인 초급장교로 밝혀져
병원 치료중 스스로 목숨 끊어

2014년 12월 말 중국 지린 성 허룽 시에서 북한 군인이 조선족 노인 4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난핑 진 지디 촌의 한
 민가에 중국 변방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울타리에 ‘연변변방지대기동대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허룽=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2014년 12월 말 중국 지린 성 허룽 시에서 북한 군인이 조선족 노인 4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난핑 진 지디 촌의 한 민가에 중국 변방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울타리에 ‘연변변방지대기동대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허룽=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14일 오후 3시 북한과 중국 접경 지역인 중국 지린(吉林) 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의 허룽(和龍) 시 난핑(南平) 진 두만강변 국도. 강변 국도를 따라 약 2m 높이의 철조망이 이어져 있었고, 강 너머로 북한군 초소들과 순찰 중인 군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폭 10m 안팎의 강만 건너면 곧바로 북한 땅. 국경의 긴장감이 피부에 와 닿았다.

 국경을 따라 난 도로를 차로 10여 분쯤 달리자 붉은색 아치형 기둥에 ‘화룡변경경제합작구’라는 커다란 글씨가 중문과 한글로 적혀 있었다. 중국 정부가 2015년 3월 북-중 양국의 공동 투자 사업이 활발해지기를 바라며 인가한 이곳은 경제인들이 간편한 수속만으로 자유롭게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합작 투자 사업을 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하지만 이 합작구 내 지디(吉地) 촌 등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 마을에선 합작구 인가 약 3개월 전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2014년 12월 27일 국경을 넘어온 북한 군인이 권총으로 조선족 70대 노인 부부 4명을 사살했던 것. 당시 중국 매체들이 침묵한 가운데 한국 언론이 처음 사건을 보도했으며 중국 정부가 북한에 공식 항의하는 등 파장이 컸다.

 중국 변경 부대는 사건 이후 마을의 민가 한 채를 빌려 병사들을 주둔시켰다. 지금도 병사 6명가량이 머물고 있는 이 집의 목책에는 군부대가 주둔 중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마당에는 병사 2명이 왔다 갔다 했다. 병사들은 기자가 탄 차량이 옆길로 지나가자 주의 깊게 쳐다보기도 했다.

 당시 조선족 노인 부부를 살해한 북한 군인에 대한 새로운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이 군인은 27세의 사병으로 알려졌으나 초급 장교였다. 사건 이튿날 주민 신고로 출동한 중국 군, 공안과 총격전을 벌이다 복부에 총상을 입었다고 한다. 생명이 위험한 정도는 아니었는데 병원 치료 중 스스로 수술 부위를 훼손해 목숨을 끊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허룽 시 공안 변방대대는 주민들에게 “불법 월경(越境) 인원이 집에 뛰어들어 금품을 요구하면 ‘안 준다’ 등의 자극적인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불법 월경자를 신고하면 한 명당 1000위안(약 18만 원)의 장려금을 준다” 등의 안내문을 배포하고 있다.

 지디 촌 등을 둘러본 뒤 차를 타고 나오다 변경부대에서 차량 검문을 받았다. 여권을 소지하지 않아 인근 공안 파출소에서 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한 소식통은 “변경 지역에서 조선말을 쓰는 사람이 신분증이 없으면 탈북자로 오해받을 수 있어 신분증 휴대는 필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합작구 안에 탈북자 방지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모습은 북-중 관계가 복잡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귀띔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2일 “북한 국경경비대 지휘관들이 1월부터 4월까지 단 한 명의 탈북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국경 경비를 철통 강화하겠다는 결의대회를 갖고 김정은에게 올리는 맹세문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중국도 최근 변경을 따라 설치된 탈북자 월경 방지용 철조망에 보강 작업을 했다고 RFA는 전했다. 중국이 옌볜 룽징(龍井) 시의 북-중 접경 지역인 카이산툰(開山屯)에 군부대를 증강 배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북-중 무역의 70% 이상이 이뤄지는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에는 올해 들어 대북 제재가 강화되기는커녕 예년보다 북-중 간 화물차 통행이 늘어나는 등 활기를 띠고 있다고 RFA가 14일 전했다.

허룽=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탈영#북한#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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