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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켜요 착한운전]비보호좌회전에 빨간불… 기다리나요? 좌회전하나요?

권오혁 기자, 김재형 기자

입력 2015-01-07 03:00:00 수정 2015-02-16 10: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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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운전 만드는 ‘도로 위 약속’



“비보호 좌회전인데 답답하게 왜 안 가는 거야!”

지난해 초 서울 양천구의 한 교차로. 30대 중반의 1t 화물차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인 A 씨(52)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 비보호 좌회전을 하기 위해 기다리던 A 씨는 당혹스러웠다. A 씨는 비보호 좌회전은 녹색신호에 해야 한다고 반박했지만 화물차 운전자는 “비보호니까 차가 오지 않으면 빨간불에 가도 된다”고 받아쳤다. 분을 삭이지 못한 화물차 운전자는 결국 A 씨의 집 앞까지 쫓아와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교통이 엉망진창이다. 똑바로 운전해!”라고 소리치며 30분 넘게 언쟁을 이어갔다.

적색신호 비보호 좌회전은 도로교통법상 신호 위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운전자가 신호와 관계없이 맞은편 차량만 주의하면 된다고 알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실시한 평가 결과 운전자 4명 중 1명은 비보호 좌회전 관련 규정을 잘못 알고 있었다.

기본적인 교통법규를 정확히 모르면 혼잡은 물론이고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교통법규는 여러 운전자와 보행자가 함께 사용하는 도로 위의 안전을 위해 만든 최소한의 약속이다.

○ 교통안전 상식 57.8점으로 낙제점

동아일보 ‘시동 켜요 착한 운전’ 취재팀은 운전자의 교통법규 이해도를 알아보기 위해 400명을 대상으로 교통법규 테스트를 실시했다. 실제 운전과 밀접한 교통법규를 근거로 총 20개 문항을 새로 만들었다. 출제와 감수에는 안주석 국회 교통안전포럼 사무처장,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등 교통안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평가 결과 운전자 400명의 평균 점수는 57.8점(100점 만점)이었다. 참가 운전자 중 104명(26%)이 50점 미만으로 교통법규 이해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80점 이상의 고득점자는 26명(6.5%)에 불과했다. 문제를 출제한 안 사무처장은 “운전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마저 헷갈릴 만큼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지식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버스 택시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 운전자 112명의 평균은 52.5점으로 일반 운전자 288명의 평균(59.6점)보다도 낮았다. 사업용 차량은 일반 차량에 비해 높은 수준의 안전이 요구되지만 운수 종사자들의 교통법규 이해도는 오히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사고 운전자들의 평균점수는 교통사고를 경험한 운전자보다 높았다. 일반 운전자 288명 중 최근 3년간 교통사고를 낸 적이 없는 운전자 208명의 평균은 60.7점으로 사고 경력자 80명의 평균 57.4점보다 3점 이상 높았다. 또한 1년간 교통법규 위반으로 단속된 경험이 없는 운전자의 평균 점수도 단속 경험이 있는 운전자에 비해 3점 높게 나타났다.

평가문항 중 안전운전과 직결된 교통신호 안전표지 속도 규정 관련 문항의 정답률은 특히 낮았다. 일반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 법정 제한속도를 묻는 문제의 정답률은 20%에도 못 미쳤다. 서행과 양보, 주·정차 금지 등 안전표지에 관한 문제도 절반 가까이 틀렸다. 규정을 정확히 모르다 보니 괜찮은 줄 알고 운전하다 사고를 내는 사례가 적지 않다.

○ 지속적인 학습 필요

도로교통법을 올바로 숙지하는 것은 도로 위에서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교통법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운전면허 취득 과정을 더욱 까다롭게 하고 취득 후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면허 취득자를 위한 재교육 기회는 없다. 법규 위반자를 대상으로 한 소양 교육이 있을 뿐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안전교육은 없다. 김인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운전면허 취득 후 교통안전에 대해 교육받을 기회가 없는 상황”이라며 “교통안전교육은 단순히 면허를 취득할 때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2011년 운전면허 시험이 간소화된 이후 운전자의 기본 소양 교육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필기시험 문제은행 문항 수도 대폭 줄어드는 등 교통법규에 대한 평가기준이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는 점차 안전 관련 기준을 강화하는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 운전면허 필기시험 합격 기준은 우리나라에 비해 까다롭다. 필기시험 문제은행이 없거나 합격 점수대가 높다. 문제은행이 있는 일본과 중국도 필기시험 9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이다. 도로 위에서 웃으며 운전할 수 있는 ‘착한 운전’의 시작인 면허 취득 과정이 좀 더 어려워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375만명 함께한 ‘시동꺼 반칙운전’ 2년… 착한운전 시동 켭니다 ▼

동아일보와 채널A는 2013년부터 ‘시동 꺼! 반칙운전’ 기획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보도하며 국내 교통문화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해 왔습니다. 동아일보가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과 관련해 제안한 ‘세림이법(法)’은 이달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또한 운전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착한 운전 마일리지’는 375만 명이 참여할 정도로 빠르게 정착되고 있습니다. 이미 이 중 206만 명의 운전자가 1년간 무위반·무사고로 착한 운전 서약을 실천해 마일리지 10점을 받았습니다. 아직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인터넷 홈페이지(www.efine.go.kr)나 전국 경찰서 민원실, 지구대, 파출소, 운전면허시험장 등에서 할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올해 3년차에 접어든 ‘시동 꺼! 반칙운전’을 ‘시동 켜요 착한 운전’으로 업그레이드해 운전자들이 직접 체감하고 쉽게 배울 수 있는 ‘착한 운전’의 방법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착한 운전’의 첫걸음은 ‘운전자 간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전자들이 충분히 소통하면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달에는 도로 위 운전자 간의 소통 강화를 위해 수신호 및 비상등 방향지시등 등 자동차를 활용한 의사소통 방법을 다룰 예정입니다.

동아일보 ‘시동 켜요 착한 운전’ 취재팀은 독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e메일(gooddrive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로 받습니다. △내가 추천하는 착한 운전자 △내가 생각하는 착한 운전 △착한 운전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 등 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무엇이든 환영합니다.

gooddriver@donga.com 독자 여러분 의견을 받습니다

권오혁 hyu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김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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