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정부 사찰폭로 장진수, 盧정부때 공무원 사생활 사찰
본보-채널A 총리실 조사심의관실 작성 문건 입수
민주당서 비난한 ‘MB정부 사찰’ 수법과 똑같아
노무현 정부 때도 사생활 사찰과 카메라를 동원한 미행이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채널A와 동아일보가 입수한 노무현 정부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이 작성한 ‘비위사실’ 문건에는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한 공무원에 대한 비위 사실과 함께 이 공무원이 두 명의 부하 여직원과 맺은 부적절한 관계가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는 박영선 민주통합당 MB-새누리 심판국민위원장이 1일 원충연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의 수첩 내용 일부를 증거로 공개하며 이명박 정부가 국민 뒷조사를 했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박 위원장은 “공무원의 퇴근 후 동향 보고”라면서 “입에 담기 힘든 내연녀와의 관계가 시간대별로 적혀 있으며 공직 기강을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사찰팀이 국민을 미행했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때 만든 비위사실 문건에는 부하 여직원의 오피스텔을 찾아간 날짜와 머문 시간, 드나들던 모텔 이름과 모텔을 나와 함께 움직인 동선이 포함돼 있다. 이 공직자에 대한 미행은 9개월 넘게 이어졌다.
또한 노무현 정부 국무조정실이 작성한 ‘정부합동점검반 점검사항 통보’ 공문에는 한 경찰관에 대한 미행 사진들이 첨부됐다. 2007년 5월부터 6월까지 매일 미행하며 찍어 놓은 14장의 사진에는 편의점에 들러 무슨 아이스크림을 샀는지, 계산은 누가 했고, 전화통화는 몇 분간 했으며, 내연녀 집 앞에 차가 몇 분간 주차돼 있었는지 등 상세한 관찰 내용이 덧붙어 있다. 이 공문은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이 작성했다.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공직자에 대한 미행은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다. 한편 민주통합당 ‘MB-새누리 심판국민위’는 이날 장 전 주무관이 입막음용으로 받았다는 ‘5000만 원짜리 관봉 돈다발’ 사진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 의지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MB-새누리 심판위에 따르면 장 전 주무관은 2010년 4월 류충렬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통해 5000만 원을 받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가 사진을 지웠다. 장 전 주무관은 지난달 21일 휴대전화를 검찰에 임의 제출했으나 검찰은 지난달 29일 사진을 복원하지 못한 채 휴대전화를 장 전 주무관에게 돌려줬다. 이에 장 전 주무관은 인터넷에서 삭제 데이터 복구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10분 만에 해당 사진을 복원했고 인터넷방송을 통해 공개했다.
박영선 위원장은 “일부러 복원하지 않았거나 실력이 없어 못했거나 어떤 경우에라도 검찰 문을 닫아야 할 수준이 아니냐”고 비난했다. 위원회 소속 유재만 변호사는 “입막음 비용이 예산에서 나왔다면 횡령이고, 대기업에서 나왔다면 수뢰다.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류 전 공직복무관리관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십시일반으로 모아 (장 전 주무관에게) 건넨 돈이 관봉 형태로 건네질 수는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는 분이 마련해서 은행에서 인출해 온 돈을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는 분이 누구인지는 검찰에 나가 자세한 사정을 말하겠다”면서 “십시일반의 정신과 약속은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십시일반으로 모아 장 전 주무관을 도왔다는 기존 진술과는 다른 해명이다.
또 새누리당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 “1970년대 초 미국에서 발생한 워터게이트 사건을 그대로 빼박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관련이 있으면 하야까지 요구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는 지적에 이 비대위원은 “그런 해석이 가능하다”며 “돌이켜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사유는 만일 그런 경우라고 할 것 같으면 오히려 경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에게 6일 오전 10시까지 검찰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진 전 과장은 2010년 7월 장 전 주무관에게 사찰 자료를 파손하라고 지시하고, 불법 사찰 자료가 담긴 노트북컴퓨터를 숨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5일 장 전 주무관을 다시 불러 앞서 구속한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 비서관과 최종석 전 대통령고용노사 비서관실 행정관의 진술을 대조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박민혁 채널A 기자 mhpark@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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