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포탄 1발도 NLL 안넘어 왔다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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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하루 만에 “北해안포 10여발 넘어와” 말바꿔

군 당국이 9일 북한이 발사한 해안포 가운데 10여 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것을 확인하고도 “넘어오지 않았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했다. 천안함 폭침 사건 직후 초동 대응 과정에서 불필요한 사실은폐로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던 군이 또다시 ‘거짓말’ 악습을 재연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 김경식 작전참모부장(소장)은 북한이 백령도 인근 NLL로부터 남쪽으로 1∼2km 지점에 10여 발의 해안포를 쏜 뒤 1시간 정도 지난 9일 오후 6시 45분경 국방부 기자실을 찾았다. 그는 ‘NLL을 넘어왔느냐’는 질문에 “안 넘어온 것으로 안다”고 단정적으로 답변했다. 이후 합참 공보실 관계자들도 한결같이 “절대로 넘어오지 않았고 이것이 합참의 최종 공식 결론이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NLL을 넘어왔다는 초병의 육안관측 보고에 대해 “육안 관측이라 얼마나 정확한지 알 수 없다”며 “보고받은 바에 따르면 레이더상에 NLL을 넘어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10일 오전 기자실을 다시 찾은 김 참모부장은 “초병의 육안관측과 현지 부대 판단을 종합한 결과 10여 발이 백령도 북방 NLL을 넘어왔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바다에서 육안으로 거리를 측정하는 게 부정확해 당시(어제)에는 NLL 인근이라고만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합참은 “숨기려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군 당국이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진실을 감추려 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1, 2발이 아니라 10발이 무려 1km 이상 넘어온 것을 초병이 관측했는데도 군 당국이 초병의 오측에 무게를 뒀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군의 NLL 침범을 경계하는 것이 임무인 초병의 육안관측은 상당히 정확한 관측장비를 사용해 이뤄진다. 또한 영상감시 장비로도 어렵지 않게 해안포가 NLL을 넘어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리고 북한의 해안포 발사가 시작된 직후 군이 3차례 경고통신을 했다는 점도 군이 해안포가 NLL을 넘어왔다는 사실을 이미 인지한 상태였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경고통신은 통상 해안포가 NLL을 넘어올 때 취하는 후속 조치다.

합참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먼저 백령도 인근 NLL 남쪽으로 10여 발을 쏜 뒤 우리 군이 이에 대해 한 차례 경고통신을 하자 백령도 쪽으로는 더는 포격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그 시간에 이미 연평도 쪽을 향해 100여 발의 사격을 ‘일제타격식(TOT)’으로 시작한 상태였다. 이 가운데 1, 2발은 NLL을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2차례 더 경고통신을 했다. TOT 방식은 해상에 특정지점을 설정하고 그 지점으로 수십에서 수백 발의 포를 집중 사격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경고통신은 해안포가 NLL 인근까지 위협할 경우에도 한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해안포를 발사한 직후 현지 부대에서는 NLL을 넘어왔다고 보고한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청와대에서 부정확한 육안관측 내용만으로 불필요한 긴장을 일으키지 말라는 취지의 언질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긴장관계를 유발하지 말라’는 청와대의 비공식 지침을 의식해 군이 진실을 외면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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