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 표정은 다양하다. 대통령의 얼굴 표정도 마찬가지이다. 온 국민과 어쩌면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있는 국제사회의 누군가에게도 우리나라 대통령의 얼굴 표정은 중요한 정보일 것이다.
5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공식 방문 및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대통령과 공식 수행단을 태운 대한민국 공군 1호기 (전용기)가 활주로를 떠나 하늘로 올라간 것은 오전 8시 20분 전후였다. 20분 전 문 대통령 내외와 참모들은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새벽에 집결해 미리 공항에 도착해 있던 사진기자들이 그 모습을 촬영했다.
신문사로 전송된 사진은 총 25장이었다. 그런데 평소 대통령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트랩에 올라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은 그나마 웃는 표정이 몇 장 있었지만 그건 취재진의 존재를 인식하고 포즈를 취하는 순간이라 웃는 모습이 어쩌면 당연하다.
내 시선을 끈 건 ‘포즈를 취한 순간’ 이전의 모습이었다.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이 대부분이었다. 심각함이 묻어났다.
시간을 역산해보면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공항으로 출발하던 그 시간, 동해에서는 한국과 미국 미사일 부대의 연합 무력 시위가 진행됐다. 미사일 부대가 동해안에서 현무 -2A 탄도 미사일과 미 8군의 에이태큼스 (ATACMS) 지대지 미사일(오른쪽)을 함께 발사한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의 비행기가 하늘을 날기 시작하기 직전 합동참모본부는 그 사진들을 언론사로 급하게 전송했다. 전날 무력 시위를 미국과 조율해 명령 내렸던 문 대통령 역시 그 사진을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바로 전날 우리는 북한이 쏜 미사일 화면을 하루 종일 보아야 했다. 북한은 중대발표를 두 시간 후쯤 하겠다고 예고한 후 4일 오후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 했다고 보도하며 화면을 공개했다. 북한이 공개한 화면 속 탄도미사일은 사실 화려했고 김정은은 파안대소하고 있었다. 김정은의 전속 사진사들(대 여섯 명으로 추정된다)이 촬영하기 좋은 포인트를 각각 하나씩 맡아 촬영한 사진을 모아 편집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발사에 대응해 하루 만에 한국과 미국이 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이 국제 무대로 ‘출정’하는 문 대통령의 마음을 무겁게 했을 것이다. 5일부터 약 1주일간 이어질 순방 기간 동안, 문 대통령은 미·중·일·러를 비롯해 G20에 포함되는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다 온다. 그들과 건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대화를 나눠야 하는 소중한 시간에 문 대통령은 ‘대체 북한을 왜 저러냐“는 얘기를 들어야 하는 곤혹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김정은이 하늘 위로 날아가는 미사일 아래에서 웃고 있는 동안, 우리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우려와 분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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