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 감 1개 정도는, 까치를 위해 남겨두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6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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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리풀공원 부근 감나무에 달린 감을 시민들이 나뭇가지를 이용해 따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공원 부근 감나무에 달린 감을 시민들이 나뭇가지를 이용해 따고 있다.

까치밥, 까치가 먹어야 까치밥일까?

직박구리, 박새가 먹어도 까치밥이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 있는 감나무를 찾은 박새 한 마리가 까치밥으로 남긴 홍시를 맛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 있는 감나무를 찾은 박새 한 마리가 까치밥으로 남긴 홍시를 맛보고 있다.

동박새 한마리가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 부근 야산, 감나무에 달린 ‘홍시’를 먹고 있다.
동박새 한마리가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 부근 야산, 감나무에 달린 ‘홍시’를 먹고 있다.


배고픈 새들이 먹으면 까치밥이다.

까치밥이라 이름을 지은 것은 친근하고 가까이 있으며 반가움을 전해 준다는 까치의 이름을 대표로 붙인 말이다.

‘까치야 미안해’ ‘내가 먼저 한입’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북쪽 안산공원에 있는 감나무를 찾은 직박구리 한 마리가 까치밥으로 남긴 홍시를 맛보고 있다.
‘까치야 미안해’ ‘내가 먼저 한입’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북쪽 안산공원에 있는 감나무를 찾은 직박구리 한 마리가 까치밥으로 남긴 홍시를 맛보고 있다.

먹잇감이 부족한 겨울을 견뎌야 하는 날짐승들을 생각해 우리 조상들은 얼마간의 감은 따지 않고 ‘까치밥’이라 하여 남겨두었다.

고달픈 살림살이에도 한낱 미물도 소홀히 대하지 않았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공원 부근 감나무에 달린 감을 시민들이 나뭇가지를 이용해 따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공원 부근 감나무에 달린 감을 시민들이 나뭇가지를 이용해 따고 있다.


추운 겨울 먹이를 걱정해주는 마음은 자연에 의지하여 자연과 더불어 사는 공존공생의 개념이자 감사의 표현일 것이다.

까치 한 마리가 서울 서초구 우면산 기슭의 한 감나무에 달린 ‘까치밥’을 맛보고 있다.
까치 한 마리가 서울 서초구 우면산 기슭의 한 감나무에 달린 ‘까치밥’을 맛보고 있다.

시멘트로 우거진 도심 빌딩 틈바구니에 조경수로 심어진 감나무에도 어느새 이파리가 떨어지고 붉게 익은 감이 달렸다. 도심 공원에서 두 손도 모자라 나중에 바구니까지 가지고 와서 감 서리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향수 가득한 감, 각박해져가는 우리 사회에서 까치밥처럼 살아가기를 잠시 기대해 본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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