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굳바이 삼총사’…규현 “달타냥으로 신나게 놀아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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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7일 14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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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고 고운 얼굴, 이미지 동그랗게 큰 눈동자, 척 보기에도 착해 보이는 따도남(따뜻한 도시 남자)…. 시골에서 파리로 갓 상경한 '촌뜨기' 달타냥과는 매치가 안 된다. 한 달 보름간 뮤지컬 '삼총사'의 달타냥으로 살아온 '슈퍼주니어' 규현(본명 조규현·23)을 만났다.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시작한 '삼총사'의 서울공연은 30일 막을 내린다. 땀으로 얼룩진 정든 삼총사를 떠나는 기분을 물었다. 그는 "뮤지컬 무대에 정이 많이 들었나 봐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규현은 "“달타냥은 누가 ‘촌뜨기’라고만 해도 ‘결투하자!’고 할 정도로 바보 같은 열혈청년"이라며 "어쩐지 나랑 비슷하다"고 웃었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규현은 "“달타냥은 누가 ‘촌뜨기’라고만 해도 ‘결투하자!’고 할 정도로 바보 같은 열혈청년"이라며 "어쩐지 나랑 비슷하다"고 웃었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아시아 한류의 중심…뮤대컬 무대 위로 날아오르다

뮤지컬 '삼총사'는 프랑스의 소설가 뒤마가 지은 동명의 소설(1844년 작)을 각색한 작품이다. 루이 13세 때를 배경으로 검객 달타냥과 근위병 삼총사인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가 리슐리외 추기경의 음모에 대항하여 왕비를 구하는 무용담을 담은 원작의 얼개는 그대로 가져갔다. 유준상과 민영기, 김진수, 김법래, 엄기준, 김무열 등 쟁쟁한 뮤지컬 스타들이 참여했다.

2005년 '슈퍼주니어'로 가수 데뷔한 규현은 이제는 소속그룹이 미국 뉴스채널 CNN에도 "아시아 한류의 중심"으로 소개될 정도로 성공한 '중견' 아이돌이다. 하지만 뮤지컬은 처음이다.

휘성과 아이비 등 유명 가수 보컬 선생인 가수 박선주가 탐낼 정도로 맑고 청아한 음색을 가졌지만, 그의 가요 식 발성이 뮤지컬에 맞는가도 관건이었다.

"연기란 걸 한번도 해보지 않아 정말 부담이 됐어요. 제이 형도 뮤지컬은 했고, 무열 형은 엄청난 스타이고 기준 형도 연기 경력이 대단한 분이죠. 하지만 캐릭터가 촌뜨기 달타냥 이다보니 시골청년다운 풋풋한 느낌을 줘야 해서 이 배역이라면 잡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뮤지컬 마니아들이 발성 지적을 많이 했어요. 노래를 가요처럼 부른다. 저질 바이브레이션 염소 창법…. 선배들께 '대체 뮤지컬 창법은 뭐죠?'라고 물었어요. 하지만 그런 룰은 없대요. 달타냥은 성악가처럼 부를 필요 없다고 해서 힘을 얻었어요. 그리고 제가 성악 발성을 배운 적이 없어서 흉내를 낸 적이 없어요. 어쩔 수 없이 제 식대로 노래하고 있어요."

▶우리는 삼총사,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

'풋내기' 규현을 위해 선배들이 발 벗고 나섰다. 김법래는 어정쩡한 그의 동선 체크를, 유준상은 노래를 부르면서도 대사를 전달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 했다. 김무열은 매번 연습 때마다 그의 연기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조언을 했다. 뮤지컬 '삼총사'의 모토이자 하이라이트 곡 제목이기도 한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All for One, One for All)'가 제대로 실현된 셈이다.

"공연이 12월 중순인데 10월부터 연습을 했어요. 10월부터 12월 말까지 뮤지컬에 대한 연습은 거의 안하고 칼싸움 신만 연습했죠. 10시부터 모여서 오후 4~5시까지 검술 신만 하고 그 후에 짤막하게 뮤지컬 연습을 했어요. 하지만 점점 공연이 가까울수록 다른 스케줄 때문에 연습에 참여를 못했어요. 아쉽죠. 더 보여주고 싶은데…."

이제는 애드립 할 여유도 생겼다. 삼총사 입단 시험에서 떨어진 그는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엉덩이를 쓸어 올리며 "왜 탈락입니까? 이렇게 빵빵한데, 왜!"라고 해 청중을 크게 웃겼다. 인기드라마 '시크릿가든'의 현빈 대사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를 써먹기도 했다. 현빈 흉내는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만족한 애드립이다.

"SBS '시크릿 가든'이 대세라서 팬들을 향해 장미가 달린 낚싯줄을 던지면서 현빈 대사를 해요. 반응이 좋더라고요. 실은 처음 뮤지컬 연습 때는 애드립을 마구 했는데, 연출자 분께 많이 혼났어요. 가장 안 좋은 버릇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배우들은 대본과 캐릭터를 다 숙지하고 하는, 그 캐릭터로서 애드립이라고…. 그래서 1막에서 삼총사와 결투 끝나고 대화하는 신, 2막에서는 낚시 신에서 애드립만 허락을 받았어요."

뮤지컬 '삼총사'에서 규현이 가장 마음에 드는 애드립은 인기드라마 '시크릿가든' 주원 흉내내기다. 객석을 향해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고 하면 웃지 않는 팬들이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뮤지컬 '삼총사'에서 규현이 가장 마음에 드는 애드립은 인기드라마 '시크릿가든' 주원 흉내내기다. 객석을 향해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고 하면 웃지 않는 팬들이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쌀 부잣집 남자' 규현, 그리고 그의 응원하는 팬들

공연장 바깥에는 규현의 인기를 증명하듯 그의 앞으로 온 2000㎏가량의 쌀 화환이 전시돼 있었다. 대만, 일본 등 해외 팬들이 놓고 간 화환도 있다.

"제가 중국 등 해외에서 활동을 꾸준히 해서 외국 팬이 많습니다. 아쉽게도 일본어 자막은 나오는데 다른 자막이 안 나와 공연 때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열혈남아 달타냥과 실제 본인 성격을 비교해 달라고 하자, "나도 비슷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달타냥은 '뭐 촌뜨기라고? 결투하자!'고 덤비는 바보 같은 청년이에요. 조금만 쿡 찔렀다고 화내는 캐릭터인데 저도 평소에는 약간 그런 면이 있어요. 이제는 저도 나이가 들어서 조금씩 덜해지고 누그러지려고 노력을 해요. 슈퍼주니어 멤버들과 짓궂은 장난도 많이 하는데 서로 쿨 하게 넘어가는 편이죠. 오히려 저는 팀의 막내라 그런지 형들을 약을 올려요."

로맨스 상대역인 콘스탄스(다나 분)와의 키스 신에 대해 물었더니 매니저가 칼눈을 했다. 규현은 수줍게 웃더니 "3번 키스하는데 당하는 입장이라 부담은 덜하다"고 술술 말했다.

▶차마 눈 뜨고 할(?) 수 없는, 키스 신!


"입술이 닿는지는 비밀이에요. 극에 몰입되면 할 수도 있고…. 안 하는 게 아니냐고요? 관람후기를 보면 '안 할 줄 알았는데, 진짜로 닿는 걸 봤다'는 글도 많아요. 실은 다나 누나가 누운 제게 키스하는 장면이 있는데, 누나는 관객이 신경 쓰여 눈을 뜨고선 못하겠대요. 그래서 눈 감고 하다 보니, 입술이 볼에 닿고, 눈에 닿고."

"키스 연기를 하면 떨리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연기로서 전 다른 사람을 연기하고 다나 누나도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거라 하고서도 별 생각은 안 드는 것 같아요. 다나 누나는 워낙 예전부터 봐 와서"라고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전 항상 긴장해서 어디다 닿는지도 모르고. 처음에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이젠 연기를 즐기는…."이라고 얼버무린다.

이상형은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그리고 잘 웃어주는 사람"이란다. 칭찬하고 싶은 동료 연예인으로는 같은 SM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동방신기' 최강창민을 꼽았다. 전에는 춤이 자신이 막상막하였는데 최근에는 일취월장했다는 것. 그는 "창민이가 연습을 엄청나게 한 것 같았다"며 "노력하는 창민이를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5년 '슈퍼주니어'로 연예계에 데뷔한 규현은 이제는 소속그룹이 미국 CNN에도 소개될 정도로 성공한 아이돌이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2005년 '슈퍼주니어'로 연예계에 데뷔한 규현은 이제는 소속그룹이 미국 CNN에도 소개될 정도로 성공한 아이돌이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규현, 그의 무대는 끝나지 않았다

규현은 뮤지컬 '삼총사'가 끝나면 중국에서 슈퍼주니어 M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벌써 앨범 작업에 들어가 뮤직비디오 촬영을 마쳤고, 안무 연습 중이다. 뮤지컬 공연 중에도 그는 아시아 투어를 돌고, SM 타운 콘서트를 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특, 은혁과 함께 MBC every1의 '슈퍼주니어의 선견지명' 진행자로도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끝으로 그는 "언제나 팬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 규현이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색안경 끼지 말고 저를 있는 그대로 지켜봐 주세요. 앗, 그리고 뮤지컬에 맛 들렸나 봐요. 무대 끝나고 감정이 북받쳐 올라와 아직도 제가 달타냥인 줄 알고…. 관계자 분들, 기회가 닿으면 또 하고 싶습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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