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 ‘자이언트’ 누른 ‘동이 아들’ 이형석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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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6일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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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잉군은 천방지축 천재, 저와는 달라요."
● 하루 수면 3~4시간 "졸려도 촬영하다 보면 잠이 깨요."
● 2006년 뮤지컬로 데뷔, 출연작만 10여 편

MBC \'동이\'에서 모자지간으로 나오는 \'동이\' 한효주(왼쪽)과 \'연잉군\' 이형석 군. 사진제공 MBC
MBC \'동이\'에서 모자지간으로 나오는 \'동이\' 한효주(왼쪽)과 \'연잉군\' 이형석 군. 사진제공 MBC

"어? 카메라 없이 그냥 적을 거예요?"

인터뷰를 하려고 녹음기를 켜니 실망한 눈치다. "엄마가 카메라로 찍어야 하니까 예쁜 옷 입으라고 해서 생일에 이모가 사준 옷도 입고 왔는데…" 카메라로는 사진만 찍고 인터뷰는 방송이 아니라 신문으로 나간다고 설명했더니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13일 MBC '동이' 촬영지인 경기도 용인 오픈세트장에서 만난 이형석 군(10)은 한 눈에 봐도 꼬맹이였다. 초등학교 4학년, 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작은 체구의 이 군은 낯선 기자와의 만남이 어색한지 몸을 배배 꼬고 딴청을 부린다.

이렇게 숫기 없는 꼬맹이가 '동이'에서 숙종(지진희)와 동이(한효주)의 아들로 '중용'과 '대학'을 독학한 천재 연잉군 역을 맡다니. 의외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본격적으로 질문을 시작하자 '연잉군스러운' 답들이 이어졌다.


▶어려운 한자 대사 "계속계속 외우고 상황을 알려고 노력해요."

-뭐하다가 왔어?
"학교 갔다가 집에서 쉬다 왔어요."

이날 이 군의 촬영은 오후 9시반부터 진행됐다. 촬영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이 군은 "어깨가 아프다"고 지친 기색이다. 연이은 촬영 때문인가 걱정했는데 "오늘은 촬영 분량이 적어 차 안에서 게임을 하면서 와서" 피곤한거란다.

-대본은 다 외웠어?
"네. 다른 것들은 다 찍어서 오늘은 좀 쉬워요. 대사도 두 개 밖에 없어요."

-한자 대사가 많지?
"네. 어려워요. 대본보고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계속 계속 외우고 상황을 알려고 노력해요. 한자는 감독님들하고 배우분들이 많이 알려주세요."

-사극 말투도 어려울 것 같아.
"근데 사극 말투가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요. 대본에 써있는 말이 좀 어려워요. 그래서 자꾸 자꾸 보다보니까 대사가 잊혀지지가 않아요."

-기억나는 대사도 있어?
"대본을 보면서 이 대사가 괜찮다고 느꼈어요. 효주 엄마가 말해준건데 하늘이 누군가에게 귀한 재주를 주었다면 그건 다른 이의 재주를 모아주었기 때문이니 제 것이 아니라고요. 그러니 열심히 익히고 닦아 그걸 빌려준 힘없고 가난한 자들에게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요."

대본과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줄줄 왼다.

-이 대사가 왜 좋았어?
"그냥 좋았어요. 기억하고 싶은 대사에요."

-한복 입으면 불편하지 않아?
"추석 설날에만 입었었는데 하루 종일 입어본 적은 처음이에요. 면 한복은 부드럽고 편한데 궐에서 입는 한복은 꺼칠꺼칠해서 따꼼따꼼해요. 그래도 입다보면 적응돼요."

-형석이는 연잉군 역을 맡고 있잖아, 연잉군은 어떤 아이야?
"천재적이면서 좀 똑똑한데 아직 어리니까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아이에요. 어른들이랑 있을 때는 얌전하고 똑똑한 것 같아요."

-그럼 형석이는?
"저는 그렇게 한자도 다 외우지 못하고 뛰어놀지도 않고 좀 다른 면이 있어요. 연잉군은 천재인데 저는 공부도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니고요. 그냥 빠지면서도 학교 애들 따라갈 수 있는 정도에요."

이 군은 활동 중에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3학년 때는 촬영이 많지 않아 한개 틀리고 다 맞았는데 지금은 촬영이 많아서 거의 1, 2개 틀린다"고 덧붙였다.

-잠은 많이 자?
"촬영 없는 날은 그래도 푹 자는데 있는 날은 거의 못자요. 많이 자면 3~4시간 자요. 힘든데 (촬영) 하다 보면 잠이 깨서 괜찮아요."

-연잉군이 나오면서 '동이' 시청률이 많이 올랐어.
"사람들이 저 때문에 시청률 올라갔다고 하니까 알고 있어요. 기분 좋아요."

SBS 창사 20주년 기념 대하드라마 '자이언트'와 시청률 경쟁을 하던 '동이'는 지난달 말 연잉군이 합류하자 5% 이상 시청률이 뛰어올라 월화 드라마 왕좌 자리를 굳혔다. 덕분에 이 군은 촬영장에서 '복덩이'로 통한다.

-효주 엄마랑 진희 아빠도 잘해주시겠네.
"네. 둘 다 잘해줘요. 대사도 자주자주 맞춰주시고 잘해주시고 많이 챙겨주세요."

-먹을 것도 많이 사주셔?
"사 줄 시간이 없어요. 밥 먹을 시간도 없어요."

배우들이 음료수나 먹을 것을 주기도 하는데 그건 "매니저가 주는 것이지 배우들이 주는 건 아니"란다.

-얼마 전에 TV에서 봤더니 효주 엄마가 뽀뽀해달라고 하는데 안해주더라.
"(다른 곳 보면서) 쑥스러워요. 이젠 뽀뽀해달라면 해줄 수 있어요. 근데 여러 사람 앞에서는 못해요. 따로 해달라고 하면 해줄 거예요."

인터뷰에 동행한 이 군의 어머니 이진원 씨는 "형석이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며 "형석이가 나오는 드라마도 가족과 함께 못보고 몰래 숨어서 혼자 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형석 군은 '중용'과 '대학'을 독학한 천재 연잉군 역을 맡았다. 연잉군이 스승 김구선(맹상훈 분)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는 장면. 사진제공 MBC
이형석 군은 '중용'과 '대학'을 독학한 천재 연잉군 역을 맡았다. 연잉군이 스승 김구선(맹상훈 분)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는 장면. 사진제공 MBC


▶"사람들이 알아볼 때 가장 신나요."

-형석이는 언제 연기를 처음 했어?
"다섯 살 때요. 데뷔가 뮤지컬이었어요."

대답은 하고 있는데 눈과 손은 음료수와 사투 중이다. 빨대로 얼음 꺼내기 성공. 입에 얼음을 쏙 넣고는 씩 웃는다.

"형석아, 얼음 먹으면 말은 어떻게 해?"(기자)
"(얼음을 한 쪽 볼로 밀어 넣으며) 됐죠?"(이형석)

-뮤지컬이 하고 싶었어?
"그 땐 어릴 때라 잘 몰랐는데 재밌을 것 같았어요."

-해보니 어땠어?
"어릴 때라 목마도 태워주시고 잘해주셔서 좋았어요."

-그럼 형석이 노래도 잘하겠네?
"어린애라 노래는 없었어요. 연기만 했어요."

-그동안 어떤 작품들에 출연했어?
"뮤지컬은 '미스사이공' '모차르트' '형제는 용감했다' 드라마는 '하자전담반 제로' '잘했군 잘했어' '살맛납니다' '동이'요."

-힘든 적은 없었어?
"좀 힘들긴 했는데 하기 싫진 않았어요."

-졸릴 때는?
"졸릴 때 힘들긴 한데 그래도 계속 해야죠. 너무 졸릴 때도 있어요. 그러면 조금이라도 자고 해요. 조금만 자도 괜찮아져요."

-그동안 했던 뮤지컬, 드라마 중에 가장 좋았던 건 뭐야?
"다 재밌었어요. 거의 비슷비슷하게 다 좋았어요."

-다시 출연하고 싶은 작품도 있어?
"없어요. 다 좋았는데 이제는 커서 못 할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지?
"네. 친구들은 제가 연기하는거 아니까 안 그런데 아줌마들이 많이 알아보는 것 같아요. '너 동이 연잉군 아니니?' 아는 체 하시고 잘 한다 하시고 그러세요. 그럼 고맙습니다 인사해요."

-싸인도 해달라고 해?
"제가 아직 싸인은 없어요. 싸인해 달라는 사람보단 사진 찍어 달라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그러면 (손가락 브이하고) 이렇게 사진 찍어요."

-인터넷에서 형석이 이름 검색해봤어?
"네. 미니홈피 들어가려고요. 미니홈피에 들어가면 일촌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모르는 사람들도 쪽지 보내요. 제 미니홈피에 많이 와주셔서 감사한데 저는 잘 못가서 미안해요."

이 군은 일촌 신청하는 누리꾼들을 모두 받아주는 편. 단 "도토리 달라고 조르기는 그만해 주세요. 사실은 저도 도토리가 없어요. 오히려 주셔야 할 판이에요"라고 부탁(?)했다.

-연기하면서 가장 좋은 건 뭐야?
"드라마하면 사람들이 잘해주시고 바깥에서도 많이 알아봐 주시고 잘한다고 해주시니까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가장 힘든 건?
"잠도 잘 못자고 학교도 잘 못가니까 애들이랑 못 노는 게 힘들어요."

이 군은 "잠자고 놀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까르르 웃었다.

-형석이는 연기자 되기 전에 꿈이 뭐였어?
"의사, 화가 되고 싶었어요. 그림 재밌어요. 여름방학 때는 미술학원 피아노학원도 다녔는데 지금은 촬영 때문에 못 다녀요. 촬영 끝나면 다시 다닐 거예요."

-뮤지컬 배우도 했는데 가수가 되고 싶은 적은 없었어?
"노래를 못해요. 음치에요. 듣는 건 재밌어요."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노래는 가수 이승철의 '그 사람'. 10살짜리 꼬마답지 않은 선곡에 웃음이 나왔다. 기분이 상했는지 "윤도현, 이문세 노래도 좋아한다"고 정색한다. 거기다 아줌마들이 자주 듣는 '조영남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애청자라는 자랑을 덧붙였다.

-만나고 싶은 연예인 있어?
"다~요. 어떻게 생겼는지 연기 잘하는지 한 번 다 만나보고 싶어요."

이 군은 "드라마가 끝나면 오랜만에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며 함께 출연하고 싶은 배우로 유승호를 꼽았다. 사진제공 아이앤아이
이 군은 "드라마가 끝나면 오랜만에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며 함께 출연하고 싶은 배우로 유승호를 꼽았다. 사진제공 아이앤아이


▶"내 연기는 70점, 효주엄마는 100점"

-'동이' 끝나면 제일 먼저 뭐 할 거야?
"졸린 게 없어질 때까지 푹 자고 애들이랑 축구도 하도 책도 읽고 동생이랑도 놀아주고 싶어요."

-형석이는 작년에 아역상 탔잖아. 올해도 탈 수 있을 것 같아?
"올해는 못 탈 것 같아요. 요즘에는 아역배우들이 다 잘하잖아요."

이 군은 2009년 MBC 일일드라마 '살맛납니다'에서 구어진 역을 맡아 충청도 사투리를 맛깔스럽게 소화해 아역연기상을 받았다.

-형석이가 보기에 형석이 연기는 몇 점인데?
"음… 80점? 아니 70점이요."

-그럼 '동이'팀 중에 100점 주고 싶은 사람은 있어?
"효주엄마요. 항상 잘한다고 느껴요."

-만약에 형석이가 아역상을 받으면 수상소감은 뭐라고 할래?
"동이에 출연하게 되서 인기가 많아진 거니까 감독님한테 감사하고요. 연기자분들 친절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이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앞으로도 좋은 연기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군에게 커서도 연기를 하고 싶으냐고 묻자 잠시 주저한다.

"음….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제가 연기를 잘 못해도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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