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혜 “튀는 외모, 발레리나로서 단점 아닌 장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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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 한서혜
발레단서 가장 많은 공연에 출연… 후배들 보면 책임감 생겨 최선 다해

미국 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 한서혜는 27, 28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월드갈라에서 오랜만에 국내 관객과 만난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미국 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 한서혜는 27, 28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월드갈라에서 오랜만에 국내 관객과 만난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아, 이제 먹으니 살 것 같아요.”

19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 한서혜(28)는 점심시간이었지만 초면이라 커피만 마시겠다고 말했다. 혹시 몰라 와플을 시켰다. 크림이 듬뿍 얹힌 커다란 와플을 바라보더니 포크를 들었다. 무용수가 이렇게 잘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와플의 절반을 뚝딱 해치웠다. 그는 “한국에 와서 감자탕과 국밥만 먹다가 단것을 먹으니 좋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지난해 5월 보스턴발레단 입단 4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꽤 빠른 속도다. 현재 발레단의 여성 수석무용수는 그를 포함해 5명이다.

“주위에서 외국 무용수로는 초고속 승급이라고 하더라고요. 다만 너무 빨리 목표를 이뤄 오히려 스트레스가 심해요. 밑에 있을 때는 올라갈 곳이라도 있지만 이젠 내려갈 일만 남았으니 자리를 지켜야겠다는 부담감이 커요.”

그는 발레단에서 누구보다 많은 공연을 소화한다. 그만큼 발레단의 신임이 두텁다.

“수석무용수의 좋은 점은 군무에서 제외된다는 점이에요. 예전 어떤 공연에서는 1인 8역을 맡아 44회 공연을 소화한 적도 있었어요. ‘발레 좀비’였죠. 지금도 오전에 현대 발레, 오후에 클래식 발레 주역을 할 정도로 바쁩니다.”

2010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그는 ‘얼짱 발레리나’로 불렸다. 당시 유니버설발레단의 다른 무용수들과 출연했지만 그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어렸을 때는 외모가 불만이었어요. 제 춤은 보지 않고 외모만 보는 기분이었죠. ‘내가 그렇게 춤을 못 추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지금은 나의 외모도 무용수로서의 매력을 더해 주는 좋은 장점 중의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무용잡지 ‘댄스매거진’의 2014년 1월 표지 모델로 나선 한서혜. 동아일보DB
미국의 대표적인 무용잡지 ‘댄스매거진’의 2014년 1월 표지 모델로 나선 한서혜. 동아일보DB
2014년 미국의 무용 잡지 ‘댄스매거진’의 주목할 만한 무용수 25인으로 뽑혀 그해 첫 표지 모델로 실렸다. 지난해 유럽 ‘댄스포유’ 잡지에서 선정한 ‘매력적인 세계 10명의 발레리나’에도 선정됐다.

“지금은 즐겁게 춤을 추고 있지만 4년 전만 해도 전 부족한 것이 많은 무용수라는 생각에 발레를 그만두려 했어요. 유니버설발레단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무작정 미국으로 오디션을 보러 갔었죠. 다행히 보스턴발레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입단까지 하게 됐죠. 지금도 부족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보스턴발레단에 그가 입단한 뒤 매년 한국인 무용수들이 들어오고 있다. 솔리스트 채지영을 비롯해 이소정, 이승현이 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긍정적 나비효과다.

“책임감이 많이 생겨요. 그리고 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많이 주고받고 있어요. 앞으로 제가 있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발레단의 한국인 최초 수석무용수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후배들의 가교 역할도 하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한서혜#보스턴발레단#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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