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루 복원하는 데 꼬박 23년 조선 과학기술 새삼 놀라워”

  • 입력 2007년 11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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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격루를 복원하는 데 유기장 목수 옻칠장 등 장인과 기계공학자 3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한데 15세기 당시에는 얼마나 엄청난 일이었겠습니까. 이는 그만큼 자격루가 위대한 과학적 성취였음을 의미하는 겁니다.”

자격루 복원의 주역인 남문현(65·사진) 건국대 교수. 그는 21일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의 자격루 복원 설명회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이들 30여 명을 일일이 호명했다. 감격과 경외의 표시였다.

그의 자격루 복원은 23년 대장정의 성과다. 하지만 생체전기공학이 전공인 남 교수가 자격루를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1984년 가을, 전기공학 전공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우리 것에도 자동제어 시스템이 있지 않을까”라는 말을 듣고 자격루에 관심을 가졌다. 마침 유학 시절 지도교수였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래리 스타크 교수가 한국에 와서 “자격루를 복원해 보라”고 권유했다.

“1년 정도면 끝나겠지 생각했는데….”

‘세종실록’에 나오는 2000자 분량의 보루각기(報漏閣記)를 읽고 또 읽었다. 중국과 일본의 물시계를 연구하면서 장영실 자격루의 원리를 밝혀 나갔다. 그렇게 13년이 흐른 1997년, 드디어 작동 원리를 밝혀내고 모의 작동 시험에 성공했다.

곧바로 실제 복원 작업에 들어갔다. 작동 원리를 점검하고 설계도를 만들고 수정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부품을 만들고 조립을 마친 게 2005년 말. 그후 지금까지 줄곧 오차 조정을 위한 작동 시험을 해 왔다.

내년 2월 정년퇴직하는 남 교수는 21일 고별 강연이 예정돼 있었으나 뒤로 미루고 설명회장으로 달려왔다. 그는 자격루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매진하고 앞으로 또 한 번 자격루 복원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번에 복원한 것은 보루각에 있던 자격루인데 이것 말고도 흠경각 자격루가 더 있습니다. 그 복원이 끝나야 완전한 복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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