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오지에서 ‘바이오 금광’ 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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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물자원관 탐사 현장을 가다
바이오산업 핵심 원료 찾기 위해 반군주둔지 카친주 원시림 누벼
식물 161종, 곤충 71종 등 확보… 13년간 캄보디아 등 해외 자원 탐사
특허출원 23건-기술이전 3건 성과

한국은 미얀마 카친주 폰카라지 야생생물보호구역에서 유일하게 유용생물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탐사 작업 중 연구진이 발견한 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한국은 미얀마 카친주 폰카라지 야생생물보호구역에서 유일하게 유용생물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탐사 작업 중 연구진이 발견한 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야생 망고스틴이네요. 요즘 최고 히트상품이라는 다이어트 보조제 원료죠.”

“이건 백두산에서만 나는 거랑 비슷한데 신종 같아요. 원예용으로 비싸게 팔리는 종류입니다.”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다. 식물학자들의 날카로운 눈에 울창한 원시림 속 숨겨진 유용식물이 계속 잡혀서다.

○ 거머리·흡혈파리와 싸워가며 자원 탐사

히말라야산맥 남쪽에 위치한 미얀마 최북단 카친주(州). 70년째 미얀마 정부군에 맞서는 반군의 주둔지로, 수시로 총을 든 군인들을 만난다. 하지만 생물학자들에게는 자원의 보고로 더 유명하다. 카친주는 총면적의 84%가 산림으로 생물종이 다양해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중국 과학자들에게도 탐구 대상이다. 하지만 카친주 폰카라지 야생생물보호구역에서 유용 생물자원을 연구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진이 지난해 11월 2주간의 탐사에 돌입한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소속 탐사대에 합류했다. 전기도, 자동차도 없어 꼬박 7시간 30분 동안 약 20km를 걸어 들어가야 하는 오지다. 베이스캠프에 텐트를 치고 들고 간 재료로 음식을 해먹어 가며 버텨야 하는 리얼 야생 버라이어티 현장. 맨살에 기어오르는 거머리를 피해 샤워할 때도 등산화를 꼭 신어야 하고, 장갑을 잠시만 벗어도 흡혈파리에 수십 번씩 물려 손이 퉁퉁 부어오른다. 화장실은 가림용 천막이 전부. 캄보디아 미얀마 탄자니아 등 오지 탐사 전문 대원들은 “벌이 코 점막을 쏴 쇼크가 왔다”거나 “2m 길이의 맹독성 살모사를 마주쳐 혼비백산하기도 했다”며 다양한 무용담을 늘어놓기도 했다.

미얀마 카친주 폰카라지 야생생물보호구역에서 한국 연구진들이 유용하거나 희귀한 동식물을 찾고 있다. 진통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생강과 식물 ‘알피니아 니그라’는 현재 한국에서 효능 분석을 진행 중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미얀마 카친주 폰카라지 야생생물보호구역에서 한국 연구진들이 유용하거나 희귀한 동식물을 찾고 있다. 진통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생강과 식물 ‘알피니아 니그라’는 현재 한국에서 효능 분석을 진행 중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 자원 장벽 피해 대체원료 확보 시급

탐사대원들이 원시림에서 찾아 헤매는 건 바이오산업의 핵심 원료인 천연 생물자원.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생리대 논란 등으로 화학 성분 대신 천연 성분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생물자원 확보가 녹록지 않다. 생물자원 활용 이익을 원산국과 공유해야 하는 ‘나고야 의정서’가 2017년 발효되면서다. 설상가상으로 생물자원이 풍부한 중국은 해외로 수출하는 생물자원에 대해 이익공유기금을 부과하는 골자의 조례안을 2017년 만들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천연 생물자원을 찾아 미얀마, 캄보디아 등으로 눈을 돌리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07년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2011년 미얀마와도 협력체계를 구축해 자원 확보를 위한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얀마와 캄보디아는 중국산 생물자원을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개발 자원이 중국 못지않게 풍부하다.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천연물 화장품 회사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원료를 수입하는데 중국의 ‘자원 장벽’ 탓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미얀마 등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종의 대체원료 공급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천연 진드기 기피제 등 개발 박차

이번 탐사 작업을 통해 탐사대는 식물 161종, 곤충 71종, 척추동물 15종을 확보해 현재 효능과 가치를 확인하고 있다. 이렇게 국립생물자원관이 13년간의 탐사 작업을 거쳐 해외에서 발굴해온 생물자원 중 23건의 특허 출원, 3건의 기술 이전이 이루어졌다. 캄보디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 ‘디프테로카푸스 인트리카투스’는 현지에서 목재로 사용됐지만 한국 연구진이 성분 검사를 한 결과 피부 주름 개선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캄보디아와 한국 정부 공동으로 특허 출원을 했고 국내 화장품 회사가 이 식물을 활용한 화장품을 개발했다.

독한 화학약품 위주의 진드기 기피제를 천연물로 대체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김순일 경성대 생물학과 겸임교수는 “동남아 곳곳에서 채집해 온 100여 가지 식물을 확인한 결과 두세 가지 식물에서 기존의 화학제와 거의 동등한 효능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바이오 시장 규모는 2021년 6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 선진국이 버드나무로 아스피린을, 주목나무 껍질로 항암제 택솔(Taxol)을 만들었듯 생물자원은 바이오산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소재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라오스, 몽골, 미크로네시아, 콜롬비아, 탄자니아 등 10개국과 유용 생물자원 공동 발굴 시스템을 구축하고 바이오산업의 금광을 찾아 탐사대를 지속적으로 파견 중이다.

카친·프놈펜=김예지 기자 yeji@donga.com
#미얀마 오지#바이오 금광#국립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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