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최연소 박사’로 삼성전기 입사 심지혜-김종운 책임연구원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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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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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기(氣)’가 아니고, ‘기계 기(機)’를 씁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전기(三星電機)의 임직원들은 회사를 소개하면서 이런 한자(漢字) 풀이를 곁들일 때가 많다. 한국의 대표적인 전자 기계 부품 회사이지만 전력을 생산하는 전기(電氣)회사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친지나 친구들로부터 ‘너희 회사에서 전봇대 만드느냐’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심지혜(28·중앙연구소), 김종운(25·생산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도 입사 전에는 삼성전기의 ‘실체’를 잘 몰랐다. 2005년과 올해 초 각각 ‘한국과학기술원(KAIST) 최연소 박사’라는 영광을 안고 입사한 심, 김 책임연구원은 “솔직히 삼성그룹의 한 계열사라는 것 정도만 알았다”고 말했다.

입사 후 이들은 삼성전기의 기술 중시 문화에 매료됐다.

“다른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들 중에는 ‘내가 이런 일 하려고 박사 공부 했나’라고 불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이 공부한 것과 상관없는 엉뚱한 일을 하는 친구도 있고요. 그러나 저는 ‘공부한 게 헛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심 책임연구원)

“삼성전기는 부품 소재 업체이기 때문에 임시방편식의 해법보다 근본적인 기술을 연구하는 분위기입니다. 공학도로서 고차원적인 기술 분야에서 기여할 일이 많겠다는 기대에 차 있습니다.”(김 책임연구원)

삼성전기는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 2896억 원을 투자해 한국 기업 중 9위를 차지했다. R&D 비용의 매출액 대비 비율은 무려 12.1%로 대기업 중 단연 선두권이다.

나이는 20대지만 입사하면서부터 과장급 연봉과 별도의 박사 수당을 받는 이 둘의 학력을 살펴보면 ‘속성 재배’란 말이 딱 어울린다. 강원과학고 출신인 심 책임연구원은 고교(2년), KAIST 화학과 학사(3년 6개월), 석사(1년 6개월), 박사(4년)를 딱 11년 만에 끝냈다. 서울과학고를 졸업한 김 책임연구원은 이보다 1년 더 빠른 10년에 이 모든 과정을 마쳤다.

“회사 동료들보다 나이가 어린 만큼 팀 내 ‘분위기 메이커’가 되려고 더 노력합니다.”(심)

“박사학위를 남보다 빨리 받은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연소 박사’라는 부담감을 갖지 않으려고 합니다.”(김)

인터뷰 말미에 심 책임연구원은 자신이 임신 5개월째의 예비엄마라고 귀띔하면서 회사 자랑 하나를 곁들였다.

“회사 안에 어린이집, (젖을 짜는) 유축실 등 육아시설이 잘 구비돼 있고 임신부는 잔업이나 야근을 못 하도록 하는 모성(母性) 보호가 철저합니다. 여자에게는 큰 매력이죠.”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심지혜 책임연구원

1979년 2월생(28세)

강원과학고 졸업(2년)

KAIST 화학과 학사(3년 6개월)

KAIST 석사(1년 6개월)

KAIST 박사(4년)

2005년 KAIST 최연소 박사(26세)

박사논문―반도체 물질의 결함구조를 계산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기법 연구

■김종운 책임연구원

1982년 2월생(25세)

서울과학고 졸업(2년)

KAIST 기계공학과 학사(3년)

KAIST 석사(2년)

KAIST 박사(3년)

2007년 KAIST 최연소 박사(25세)

박사논문―복합재료 미사일 부품 제조 공정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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