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리 선사유물 발견한 보웬씨 27년만에 방한

  • 입력 2005년 5월 5일 04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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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 선사유적지 유물 발견자인 그렉 보웬 씨(오른쪽)가 4일 선사유적지에서 열린 구석기 축제 행사장에서 서울대 이선복 교수를 27년 만에 만나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연천=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경기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 선사유적지 유물 발견자인 그렉 보웬 씨(오른쪽)가 4일 선사유적지에서 열린 구석기 축제 행사장에서 서울대 이선복 교수를 27년 만에 만나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연천=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한반도 석기시대 역사의 출발점을 수십만 년 전으로 끌어올린 경기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 선사유적지를 처음 발견한 미국인 그렉 보웬(54) 씨가 27년 만인 4일 한국을 찾아왔다.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뒤 1974년부터 주한 미2사단에서 근무하던 그는 상병 때인 1977년 3월 전곡리 한탄강에 놀러갔다가 지형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여러 차례 이 일대를 뒤진 결과 신라 토기 파편과 주먹도끼 여러 점을 발견했다.

당시 한반도의 선사시대 역사는 2만∼3만 년인 것으로 추정될 뿐 그 이상의 역사를 지닌 물증을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 만큼 그의 주먹도끼 발견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선사역사 기록을 바꾼 쾌거였다.

보웬 씨는 “황량한 벌판에서 타제 주먹도끼를 봤을 때 내가 무슨 일을 해낸 것인지 믿을 수 없었고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4일 시작해 8일까지 전곡리 선사유적지에서 진행되는 구석기 축제에 초청된 그는 지난해 축제 때 60만 명이 다녀갔다는 소식에 사람을 찾아보기도 힘들던 당시를 회상하며 믿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는 주먹도끼를 발견하고 프랑스 등 해외 유명 고고학자에게 편지를 보내 이 사실을 알렸고 그들을 통해 고 김원룡(金元龍) 서울대 교수팀을 소개 받게 된다.

당시 김 교수의 제자로 서울대 고고학과 4학년이던 이선복(李鮮馥·48)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와 함께 주말마다 전곡리 일대에서 구석기 유물을 찾아다녔다.

이 교수는 4일 오전 구석기 축제장에서 보웬 씨와 재회한 자리에서 “당신이 아니었으면 전곡리의 역사는 지금도 잠들어 있을 것”이라며 “김 교수는 처음 주먹도끼를 보고 ‘어, 어’라고 놀랄 뿐 말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전곡리 유적지에서 발견된 유물은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발견된 아슐리안형 구석기 유물로 확인됐고 전곡리 일대는 사적 268호로 지정돼 있다.

보웬 씨는 1978년 전역 후 본국으로 돌아가 고고학 석사학위를 받고 나바호내셔널박물관의 연구원 등으로 활약했으나 수년 전 악성 관절염에 걸려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그는 “곤히 잠들어 있는 유적들을 너무 많이 깨워(발굴해) 벌을 받는 것 같다”며 웃었다.

보웬 씨는 9일 미국 애리조나로 돌아간다.

연천=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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