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집 아줌마의 1억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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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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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필금씨 “고대생 1000명 내집 거쳐”, “이젠 돌려줄 때” 高大에 1억원 내놔

최필금 씨(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하숙생들이 서울 성북구 종암동 최 씨 하숙집 식당에 모여 환하게 웃고 있다. 25년 동안 고려대 앞에서 하숙집을 운영한 최 씨는 3일 고려대에 1억 원의 발전기금을 기부했다. 사진 제공 고려대
최필금 씨(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하숙생들이 서울 성북구 종암동 최 씨 하숙집 식당에 모여 환하게 웃고 있다. 25년 동안 고려대 앞에서 하숙집을 운영한 최 씨는 3일 고려대에 1억 원의 발전기금을 기부했다. 사진 제공 고려대
“고려대 졸업한 내 아들딸들이 이제 1000명이 넘어요. 조금이라도 아이들에게 돌려줄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기부를 선택한 거죠.”

최필금 씨(54·여)는 25년째 고려대 법대 후문인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서 하숙집을 운영하고 있다. 1985년 남의 집을 얻어 방 5개, 학생 10명으로 시작한 일이다.

“배가 고파 시작했어요. 우리 애들도 키워야 하는데, 하숙하면 최소한 먹을 건 해결되잖아요. 나하고 남편, 아이 둘까지 네 식구가 모두 하숙집 주방이나 거실에서 10년 동안 먹고 자고 학생들하고 같이 살았죠.”

최 씨는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야간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스물세 살에 무작정 상경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부터 시작한 하숙은 이제 천직이 됐다. 그의 표현대로 ‘1000명의 아들딸’들이 보태준 돈으로 한 번에 100명이 넘는 하숙생을 받을 수 있는 건물까지 세웠다.

최 씨는 3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본관을 찾았다. 고려대 학생들에게 1억 원을 기부하는 자리였다. 아직 은행 대출이 20억 원이나 남았지만 그는 “지금은 조금씩 돌려줄 때”라고 말했다. 막상 돈이 없어 한 달에 100만 원짜리 ‘곗돈’을 먼저 타서 1억 원을 만들었지만 마음은 훨씬 가벼워졌다고 한다.

최 씨는 지금도 하숙비 30만 원을 고집하고 있다. 등록금은 매년 오르지만 최 씨 하숙비는 15년째 ‘동결’ 상태다. 그는 “고려대 학생들 덕분에 먹고사는데 올릴 염치가 없다”고 말했다. 최 씨가 이날 기부한 돈은 고려대 사범대 교육관인 ‘운초우선 교육관’ 기금으로 사용된다. 고려대는 이날 운초우선 교육관 308호를 ‘유정 최필금 강의실’로 명명하고 현판식을 열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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