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1997방학의 추억속으로… ‘방학책 73년의 시간여행’展

  • 입력 2006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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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부터 1990년대까지의 방학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내산리 웅진초등교육박물관은 일제강점기인 1924년 ‘하기과제장’부터 1997년 ‘탐구생활’까지 방학책 61권을 모아 ‘방학책 73년의 시간여행’ 특별전을 1일부터 열고 있다.

방학책은 일제강점기, 6·25전쟁, 5·16군사정변, 88 서울올림픽 등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시대상의 변천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교과서이기도 하다.

1924년 ‘하기과제장(夏期課題帳)’과 1942년 ‘하휴학습장(夏休學習帳)’은 40쪽 분량이며 일본어로 한 자릿수의 덧셈과 뺄셈을 연습할 수 있는 코너와 함께 일본 식민교육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46년 경상북도 학무국이 펴낸 5학년용 ‘겨울방학 공부’에는 ‘종이의 원료는 무엇인가’ ‘해가 어디에서 뜨고 어디로 지는가’ ‘이순신 장군은 어떤 분인가’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1951년에 나온 ‘전시부(副)독본’은 소련제 미그기, B-29 등을 식별할 수 있는 모형도와 함께 ‘우리를 도와주는 16개국 이름과 국기’와 ‘괴뢰군’의 국기를 소개하는 등 전쟁 상황을 엿볼 수 있다.

1961년 방학책은 ‘혁명기념 방학생활’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2학년용 여름방학책에는 ‘5월은 우리 겨레가 잊지 못할 달입니다. 5월 16일은 무슨 날입니까?(어른들에게 물어서 자세히 씁시다)’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5·16군사정변을 미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74년 3학년용 ‘여름방학’은 국민교육헌장, 새마을운동으로 새를 수출해 마을의 소득을 올린 이야기, ‘해상 강도 북한 공산당’이란 제목으로 미군 정찰기 격추 사건, 휴전 이후 간첩 남파, 비행기 납치 등을 담았다. 유신시대의 시대상이 드러난다.

1979년부터 방학책은 ‘탐구생활’로 바뀌었다. 1991년 6학년용 방학책에는 ‘나라를 빛낸 서울올림픽’ ‘벼락과 피뢰침’ ‘물놀이 안전’ 등 생활교육과 ‘무너진 베를린 장벽’ ‘유전공학’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방학책은 방학과제를 일괄적으로 내줘 학생에게 부담을 준다는 지적과 현장학습을 강조하는 교육정책 때문에 1997년을 끝으로 사라졌다.

박물관 설립자 이준우 씨는 “어른은 추억을 더듬고 아이들은 과거 방학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특별전은 10월 30일까지. 9월 1일부터는 박물관 홈페이지(www.wjem.or.kr)에서 온라인으로도 관람할 수 있다. 041-853-4569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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