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퀴즈영웅’ 이창환군 서울대 경영학과 합격

  • 입력 2005년 2월 1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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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최연소 퀴즈영웅’ 이창환 군(대구외국어고 3년)이 축하전화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대구=정용균기자
1일 서울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최연소 퀴즈영웅’ 이창환 군(대구외국어고 3년)이 축하전화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대구=정용균기자
《전국을 감동시킨 ‘18세의 퀴즈영웅’이 서울대 경영학과에 합격했다. 지난달 16일 KBS 1TV의 ‘퀴즈 대한민국’에 출연해 역대 최연소, 최고액(5810만 원)의 퀴즈영웅 자리에 오른 대구외국어고 3학년생 이창환(李昌煥·18) 군.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는 대구 동구 용계동 이 군의 집에 1일 오후 또 한번 웃음꽃이 피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홀몸이 되신 뒤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는데도 어머니가 학교 급식소 조리보조원 일을 하며 헌신적으로 뒷바라지를 해 준 덕분입니다.”

이 군은 서울대 경영학과에 지원한 뒤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다 이날 합격을 통보받았다. 대구경북 지역 인문계 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서울대 경영학과 수시모집에 지원했으나 탈락한 뒤 다시 정시모집에 지원해 꿈을 이룬 것.

그는 합격의 영광을 어머니에게 돌리곤 “사실 제가 합격한 것보다는 어머니가 지난해 연달아 두 번이나 시험에 합격한 일이 더 대단했다”고 어머니를 치켜세웠다.

대구 모 중학교 급식소 조리보조원으로 일해 온 이 군의 어머니 채판순(蔡判順·45) 씨는 지난해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같은 해 12월 대구시교육청이 주관한 조리사(10급 기능직) 임용시험에서 46.2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채 씨는 “창환이가 수능시험에 쫓기면서도 나의 부족한 과목을 가르치느라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며 “아픈 어깨를 주물러 주고 커피도 끓여 주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대견스러워했다.

동네 주민들은 이 군이 퀴즈영웅으로 뽑힌 데 이어 모자(母子)가 잇따라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자 “용계동에 겹경사가 났다”며 자신들의 일처럼 반겼다.

이웃 주민 배규리 씨(45·여)는 “지난번 창환이 어머니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이웃 10여 명을 불러 한 턱을 냈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잔치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해 1월부터 대구지역의 한 독지가가 모자가구를 위해 지은 15평 크기의 공동주택에 서 어머니, 남동생(17)과 함께 살고 있는 이 군은 지난달 퀴즈대회에서 받은 상금의 절반을 이공계 장학금으로 기탁하고 남은 2000여만 원을 어머니의 손에 쥐어드렸다.

그러나 채 씨는 아들의 대학생활에 필요한 교재와 컴퓨터를 구입하고 뒷바라지하는 것 외에는 한 푼도 쓸 수 없다며 전액을 은행에 맡겼다.

이 군의 꿈은 서울대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에 도전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이 되는 것. 그는 자기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는 프로라는 이유로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과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전공서적으로 읽는 ‘경제학원론’ 한 권을 한 달 동안 독파한 이 군은 무슨 일이든 즐거운 마음으로 적극성을 갖고 달려들어 ‘끝장’을 보는 스타일.

고교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에는 하루 종일 인터넷 게임과 무협지 읽기에 빠져 야단을 맞기도 했다. 2000년 경주문화엑스포 게임대회에서 1등을 차지에 ‘게임왕’에 오르기도 했고, 2003년에는 ‘제1회 전국 고교생 증권경시대회’에서 우수상을 차지하는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다.

평소 잠을 충분히 자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컴퓨터 게임도 즐기고 여러 분야를 공부하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그가 소개하는 학습 비결.

고교 1학년 때 평소 알고 지내던 대학생에게서 두 달간 수학 과외를 받은 것 외에는 개인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닌 적이 없다. 틈나는 대로 시립도서관에 가서 경제학 역사 철학 문학 과학 분야의 책을 찾아 읽는 게 그의 취미다.

특히 매일 하루 1, 2시간씩 일간지를 꼼꼼하게 읽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

이 군은 “서울대 논술시험의 문제를 푸는 데도 평소의 ‘잡식성 독서’가 큰 힘이 됐다”며 “지식과 상식의 보고(寶庫)인 신문을 꼼꼼하게 정독하는 습관을 기른 것이 수능시험에서 고득점으로 올리고 퀴즈대회에서도 1등을 차지한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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