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한열 열사 쓰러진 자리에 동판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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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 시발점… 28년 만에 표시
연세대 정문앞 2016년 2월 제막

28년 전 연세대 정문 앞에서 이한열 열사가 쓰러진 위치(흰색 점선), 지금은 아무런 표시도 없지만 이르면 내년 2월 그를 기념하는 동판이 설치된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28년 전 연세대 정문 앞에서 이한열 열사가 쓰러진 위치(흰색 점선), 지금은 아무런 표시도 없지만 이르면 내년 2월 그를 기념하는 동판이 설치된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1987년 6월 9일 오후 5시, 이한열 열사(사진)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이곳, 6월 항쟁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연세대 정문 앞에 이 문구가 적힌 기념 동판이 생긴다. 유족과 이한열 기념사업회의 숙원이 최근 연세대 백양로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기념사업회는 이르면 내년 2월 제막을 목표로 기념 동판을 제작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이경란 이한열 기념관장은 “디자인 시안 선정만 남겨두고 있다”고 밝혔다.

1988년 연세대 학생회관 옆에 조성된 ‘한열동산’은 실제 그가 쓰러진 위치와는 약 250m 떨어져 있다. 이 열사의 죽음은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지만 28년이 지나도록 그가 쓰러진 지점에는 아무런 표시조차 없었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기념사업회는 2012년부터 동판 제작을 준비했지만 2013년 시작된 연세대 백양로 공사로 인해 제작 시점을 완공 이후로 미뤄야 했다.

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동판은 마름모 모양의 보도블록 크기(가로 116cm, 세로 48cm)로 연세대 정문 왼쪽 기둥 앞에 설치된다. 여기에는 기념사업회의 김학민 이사장이 직접 쓴 문구와 제막 날짜가 새겨진다. 사람들이 밞고 다니는 길 위라는 점을 감안해 이 열사의 얼굴은 넣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 열사가 신던 운동화나 중환자실 입원 당시 친구가 그려준 장미꽃 그림을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념사업회는 정확한 피격 위치를 찾기 위해 3년 간 고증 작업을 벌였다. 이 열사를 부촉하는 사진 속 주인공인 이종창 씨의 증언이 기초가 됐다. 당시 정문 안쪽에 있던 이 씨는 정문 밖에서 이 열사가 최루탄을 맞고 교내 쪽으로 기어오다가 쓰러지는 장면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당시 총학생회장) 등 다른 시위 참가자의 증언과 당시 사진도 큰 도움이 됐다.

이 관장은 “이를 토대로 이 열사의 피격 위치가 정문 왼쪽 기둥 앞에서 약 1.9m 떨어진 곳이었다고 결론 내렸다”며 “이번 동판은 정확한 피격 위치를 기념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제작비용은 기념사업회의 취지에 공감한 연세대가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한기재 기자
#이한열#동상#6월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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