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리스트·개그맨들,「화려한 사업가」 변신

  • 입력 1998년 12월 14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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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퇴직 정리해고 취업난…. IMF사태 이후 직장인들의 삶은 초라하고 고달프다. 다가올 미래도 두렵지만 스스로 변신할 용기조차 없는 게 솔직한 심정.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현재의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박차고 나와 화려한 변신에 성공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IMF시대를 헤쳐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희망을 발견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서 사업가로〓김영남(金永南·39)선수. 88서울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4㎏급 금메달리스트. 이후 92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 코치로도 활약했다.

작년 12월 IMF사태로 숱한 회사들이 문을 닫을 때 그는 ㈜코앤카(02―556―4180∼1)라는 무역회사를 세웠다.

“레슬링처럼 사업도 무척 힘들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어요.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는 창업 1년만에 카자흐스탄에 국산 자동차와 의약품을 수출해 4백만달러(약 50억원)의 매출을 올려 사업가로서도 금메달을 따고 있다.

사업 확장을 위해 한달의 절반 이상을 카자흐스탄에서 보내는 김사장은 “내년에는 국산 중고차와 유휴스포츠설비를 카자흐스탄에 수출할 계획”이라며 “레슬링으로 국위를 선양한 것처럼 앞으로는 외화를 많이 벌어 나라를 빛내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개그맨에서 화장품회사 사장으로〓얼굴만 봐도 웃음이 터질 것 같은 개그맨 성낙앙(成洛昻·34)씨. 87년 오재미 김종국 등과 함께 KBS공채 2기로 데뷔해 개그맨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라도 인기가 떨어지면 냉담해지는 연예계에 점차 실망을 느꼈다.

방황하던 성씨는 95년 수입화장품 외판업에 나섰지만 경험부족으로 투자비만 날린 채 망하고 말았다.

“이왕 망할 바에는 아예 국산 제품으로 승부하자는 오기가 들더군요.”

그는 개그맨으로 번 돈을 모두 털어 96년 국산화장품 전문회사인 젊은화장품(02―322―0104)을 차렸다. 재기 품목으로 선택한 제품은 외제화장품이 시장을 석권한 어린이화장품.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사제품을 개발한 뒤 아이들에게 친근한 캐릭터 ‘둘리’를 브랜드로 삼아 전국을 누비고 있다.

“IMF요? 그런거 두렵지 않아요. 외제화장품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화장품을 만들어 볼 작정입니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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