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후원회장 지낸 조국, 절하다 오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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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빈소에 시민 발길 줄이어 “약자편에 섰던 분, 마지막 길 배웅”
유승민 등 보수진영서도 애도…김경수, 창원 시민분향소 찾아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이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부인 김지선씨와 함께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이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부인 김지선씨와 함께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는 24일에도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조문을 위해 30분 이상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일용직 노동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 일반 시민들도 “마지막 가는 길을 꼭 배웅하고 싶다”며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지체장애 2급인 정모 씨(34)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자택에서 빈소까지 혼자서 휠체어를 타고 찾아왔다. 정 씨는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오느라 2시간 넘게 걸렸다. 엄마가 ‘이렇게 더운 날 생전에 뵙지도 못한 분을 왜 찾아가느냐’고 말렸지만 올 수밖에 없었다. 노 원내대표는 우리를 지켜주시던 분이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일용직 노동자 박정환 씨(63)는 “오늘 하루 일당을 못 받더라도 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이분처럼 사심 없이 못사는 사람들을 위해 일해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 서대문구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대학생 이수현 씨(28·여)도 “노 의원의 발언이나 행적을 조용히 지켜만 봤던 사람이다. 우리처럼 힘없고 ‘빽’ 없는 사람들을 위해 애쓰던 모습을 지켜만 봤던 게 죄송하고 부끄러워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휠체어 타고 조문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24일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이날 빈소에는 일용직 노동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 노 원내대표가 생전에 대변하려 했던 소외계층 시민들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러 찾아왔다. 사진공동취재단
휠체어 타고 조문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24일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이날 빈소에는 일용직 노동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 노 원내대표가 생전에 대변하려 했던 소외계층 시민들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러 찾아왔다. 사진공동취재단
스스로를 미혼모라고 밝힌 이모 씨(31)는 세 살배기 딸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이 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살아갈 희망을 줬던 분의 마지막 모습을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각계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영정을 향해 절을 하다 울음을 참지 못하고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오열했다. 조 수석은 이어 노 원내대표의 부인 김지선 씨를 위로하면서도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조 수석은 2012년 제19대 총선 때 야권 단일 후보(서울 노원병)였던 노 원내대표의 공동후원회장을 맡은 이래 지난해 청와대에 입성할 때까지 줄곧 노 원내대표의 후원회장이었다. 노 원내대표가 이른바 ‘떡값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2013년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을 때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3·1절 특별사면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빈소를 떠나며 기자들이 ‘드루킹’ 특검 수사 등에 대해 묻자 “사양하겠다. 삼가 달라”며 입을 닫았다.

보수 진영 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마지막 가는 길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편안하게 영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드루킹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이날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설치된 ‘노회찬 의원 시민분향소’를 방문했다. 김 지사는 출근길에 “마음이 불편해서 안 되겠다”며 예정에 없던 조문에 나섰다고 한다. 그는 분향소 방명록에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미안합니다. 편히 쉬시길…!”이라고 적었다.

박성진 psjin@donga.com·박효목 기자
#노회찬 투신#노회찬 빈소#조국 오열#시민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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