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인사원칙 위배’ 사과 유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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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어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5대 인사원칙’ 위배에 대해 사과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저희가 내놓은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선거 캠페인과 국정 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면서 정면 돌파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후보 시절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 전입, 논문 표절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배제한다는 5대 원칙을 공약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새 정부 인사의 뚜껑을 열고 보니 이낙연 총리 후보자 부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이 위장 전입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국민의 실망이 크다. 각기 사정은 다르다 해도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청문회 5종 세트’를 지적하며 ‘부패한 보수’를 혹독하게 질타했던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형국이다.

2000년 국무총리, 2005년 장관 인사청문회 도입 이래 위장 전입은 공직 후보자의 중도 하차 사유 중 하나였다. 부동산 투기든 자녀교육 목적이든 위장 전입은 현행법상 3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범죄임에도 청문회마다 기득권층의 특권과 반칙처럼 튀어나와 국민에게 위화감을 안겼다. 보수여당은 “능력 우선”, 진보적 야당은 “도덕성 우선”이라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고무줄 잣대로 공방하던 ‘적폐’가 이번에도 청산되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

임 실장도 어제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다르듯 관련 사실을 들여다보면 성격이 아주 다르다”고 했다. 부동산 투기 같은 부도덕한 위장 전입이 아니면 봐줘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이 사회적 상실감보다 크다고 볼 경우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청와대 설명은 자신들의 판단이 옳다는 이중 잣대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이유든 공직 후보자들이 눈앞의 이득을 노리고 떳떳하지 못한 길을 선택한 행태는 비판받을 일이다. 대선 과정에서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다고 사과한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진보좌파도 결국 마찬가지라는 불신은 남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정된 인재풀에서 일할 기회를 원천 박탈하는 것도 현실적 대안은 못 된다. 이제라도 진영논리에 관계없이 합리적 기준을 만들어 공직 후보자의 도덕적 수준을 높였으면 한다. 그래야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검증도 가능해진다.
#청와대#인사청문회#5대 인사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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