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부진 이창호 9단, 팬 50여명과 유쾌한 생일 잔치

  • 입력 2007년 7월 3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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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청소년바둑문화원에서 열린 이창호 9단(가운데)의 33번째 생일잔치. 팬클럽 ‘두터미’가 마련했으며 이 9단은 이날 밤늦게까지 팬들과 어울렸다. 사진 제공 바둑세계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청소년바둑문화원에서 열린 이창호 9단(가운데)의 33번째 생일잔치. 팬클럽 ‘두터미’가 마련했으며 이 9단은 이날 밤늦게까지 팬들과 어울렸다. 사진 제공 바둑세계
이창호 9단이 힘차게 스매싱한 공이 네트를 넘어 상대의 코트에 꽂히자 팬들이 환호했다.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청소년바둑문화원에서 이 9단의 팬클럽인 ‘두터미’가 그의 33번째 생일을 하루 앞두고 축하 모임을 열었다. 50여 명의 팬은 이 9단이 좋아하는 구기인 탁구대회를 연 뒤 선물 증정과 케이크 자르기, 팬들의 축하 공연에 이어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이 9단은 ‘돌부처’라는 별명과 달리 이날은 전혀 쑥스러워하지 않고 웃음도 감추지 않았다. 뒤풀이로 간 노래방에서도 조용한 노래 대신 로커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을 흥겹게 부르기도 했다.

팬클럽이 이 9단의 생일잔치를 연 것은 올해로 세 번째이지만 이날 행사 분위기에선 왠지 ‘그늘’도 엿보였다. ‘두터미’ 회장인 전옥례(43) 씨는 “요즘 이 9단의 성적이 부진해 팬클럽 홈페이지도 힘이 떨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9단의 최근 10경기 성적은 4승 6패. 왕위전을 3-2로 간신히 지켜 무관의 위기에선 벗어났으나 국수전 본선 16강에서 서건우 4단에게 져 시드 배정도 못 받았다.

이날 행사에 모인 팬들은 가급적 이 9단의 성적 이야기는 피하고자 했다. 열성 팬인 김재한 씨는 “빨리 건강을 회복해 좋은 모습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을 뿐 이 9단에게 부담을 주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9단도 부진의 원인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주위에서는 후반전으로 갈수록 수읽기가 안되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한다. 초중반까지 잘 나가다가 갑자기 아마추어 3, 4단도 피할 수 있는 실수를 저질러 판을 그르친 경우가 많았다.

이날 이 9단은 “몸에 병이 난 것처럼 머리에 병이 난 것 같고 바둑을 두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국 직후 두 번이나 혼절해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그는 “병원에 가면 이상이 없다고 하고 한방에 가면 열이면 열 처방이 다르다”며 “해결책을 찾고 있는데 지인의 소개로 기체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이날 노래방에서 나온 뒤 팬들과 다시 바둑문화원으로 가서 빙 둘러앉아 단체 놀이를 하며 밤늦게까지 즐겼다. 이 9단으로선 크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김 씨는 “처음 생일잔치를 열었을 때 어색해하던 이 9단과 지금은 크게 달라졌다”며 “본인이 결혼 얘기도 적극적으로 하면서 팬들과 어울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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