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나이차 뛰어넘은 두 배우의 ‘케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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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재공연되는 2인극 ‘블랙버드’의 조재현-채수빈

8년 만에 국내 관객과 만나는 연극 ‘블랙버드’의 두 주인공 조재현(왼쪽)과 채수빈. 조재현은 미성년자 성폭행범인 레이 역을 단독으로 맡아 총 37회 공연을 소화할 예정이다. 성폭행 피해자인 우나 역의 채수빈은 더블 캐스팅된 배우 옥자연과 번갈아가며 무대에 오른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8년 만에 국내 관객과 만나는 연극 ‘블랙버드’의 두 주인공 조재현(왼쪽)과 채수빈. 조재현은 미성년자 성폭행범인 레이 역을 단독으로 맡아 총 37회 공연을 소화할 예정이다. 성폭행 피해자인 우나 역의 채수빈은 더블 캐스팅된 배우 옥자연과 번갈아가며 무대에 오른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드라마에선 네 상대역이 박보검이었는데…. 미안하다 수빈아. 하하.”(조재현)

 “조재현 선배님의 상대 배역이란 말에 노 개런티로 출연하고 싶다고 했어요.”(채수빈)

 배우뿐 아니라 연극 제작자로도 활약 중인 조재현(51)과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당찬 세자빈으로 출연하는 채수빈(22)이 연극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다. 2005년 영국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 공식개막작으로 초연된 뒤 영국 웨스트엔드, 미국 브로드웨이 등에서 수차례 공연된 연극 ‘블랙버드’를 통해서다.

 이 작품은 2인극으로 여주인공 우나가 열두살 때 이웃집에 사는 50대 남자 레이에게 성폭행당한 뒤 15년 만에 그를 찾아간 하루를 그렸다. 배우 추상미 등이 출연했던 2008년 초연 이후 국내에선 8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두 배우는 30년에 가까운 나이 차를 뛰어넘는 끈끈한 인연으로 묶여 있다. 조재현은 채수빈에게 선배 그 이상의 특별한 존재다. 채수빈은 “조재현 선배님 덕분에 배우로 데뷔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후배에 대한 조재현의 믿음도 만만치 않았다. “젊은 여배우들이 우나 역을 조심스러워하는데 수빈이는 단박에 출연하겠다고 했어요. 노 개런티 제안은 고맙지만 배우에게 당연히 출연료는 지급해야죠.”

 이들의 인연은 2014년 수현재씨어터에서 제작한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에서 맺어졌다. 조재현이 배우 배종옥의 추천으로 채수빈을 이경 역에 캐스팅한 것. 채수빈은 “정말 좋은 작품으로 데뷔할 수 있었고, 무대에 서지 않는 날엔 음향 스태프로 참여하며 무대 안팎을 두루 배웠다”고 했다.

 이후 채수빈은 2년 만에 영화 ‘로봇, 소리’ ‘밤과 함께’, KBS 드라마 ‘파랑새의 집’ ‘발칙하게 고고’ 등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다. “아무 경험이 없던 저의 가능성을 보고 믿어주신 분이 조재현 선배님이세요. 앞으로도 선배님께서 연극을 하자고 하시면, 언제든 저는 무대에 오를 거예요.”(채수빈)

 2008년 블랙버드 국내 초연 당시 조재현은 제작사 연극열전의 프로그래머였다. 그리고 8년 만에 본인이 직접 제작하며 주인공으로 나섰다.

 조재현은 “초연 때는 작품에서 뭔가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이 컸다”며 “늘 내게 해결해야 할 숙제 같은 작품이었다. 이번에 그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8년 전과 달라진 건 뭘까. ‘리얼함’을 꼽았다. “8년 전엔 좋은 연극을 한 편 본 느낌이었어요. ‘날것’의 느낌이 없었죠. 이번 작품에선 연극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본 듯한 인상이 강하게 남을 겁니다. 날것의 동물적인 느낌이 강해요.”

 블랙버드의 해외 공연과 국내 공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커튼콜의 유무다. 조재현은 “에든버러 공연에선 커튼콜이 없는 대신 배우들이 극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후 주차장에서 싸우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영상으로 나왔다”며 “한국 공연에선 커튼콜을 넣을 생각이다.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은 예측하지 못한 반전에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10월 15일∼11월 13일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3만∼6만 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조재현#채수빈#연극 블래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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