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이사람/황토집 짓기 70년 민충기옹

  • 입력 2006년 9월 4일 0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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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이치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지요.”

70년 가까이 구들장 놓는 일을 해온 민충기(87·전남 해남군 계곡면·사진) 옹은 전통 온돌의 이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민 옹은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지만 불은 그 반대로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찾아다닌다”며 “이 이치대로 구들장을 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요즘 일하는 전남 강진군 다산초당 현장에서 잠시 짬을 내 손보고 있는 전남 화순군의 한 황토집 온돌방도 이런 원리대로 아궁이를 부엌 바닥보다 50cm가량 깊게 파 놓았다.

그는 “굴뚝은 대개 아궁이와는 대각선 방향에 배치해 불김이 방고래 전체를 돌아 나가도록 해야 하지만 이 역시 그 동네의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들을 잘 놓으면 방안 전체가 고루 따뜻해진다. 이를 위해 아궁이 가까운 쪽에는 구들장을 2장 겹쳐 놓는다.

그는 “불길이 바로 닿는 아랫목보다는 윗목이 먼저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방고래를 잘 놓으면 불김이 쉽게 빠져 나가지 않아 한겨울에도 일주일 이상 온기가 남아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은 황토집은 일반 한옥처럼 종이장판조차 쓰지 않고 황토 그 자체로만 마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열아홉 살 때 이 일을 시작했다는 그가 건넨 명함에는 ‘흙의 전통을 이어 황토집 짓는 장인’이라고 적혀 있다.

그는 50년 전 지은 해남군 마산면 원주 이씨 사당과 민씨 가문 6칸 접집을 스스로 ‘잘 지은 집’으로 꼽는다.

그는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이런 힘든 일을 하겠느냐”면서도 “오히려 대가 끊기고 나서야 이 기술이 귀한 줄 알 것 아니냐”고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 놓기도 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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