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前대통령, 부시와 정상회담때 돌출행동으로 보좌진들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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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23일 2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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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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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도 이데올로기도 다른 특이한 조합(odd couple)이었지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한국판 택사스맨’ 같던 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친근함을 느꼈고, 두 사람은 주요 결과물을 도출했습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외교 참모로 두 정상을 지근거리에서 관찰했던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화를 공개했다.

그린 전 보좌관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5월 첫 방미에서 부시 당시 대통령을 만나자마자 한 말은 “미국은 대북 핵 선제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였다. 이에 부시 전 대통령은 “(당초 고려대상도 아니며) 나는 북한을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 자리에서 답했다는 것.

그린 전 보좌관은 “당시 뉴욕타임스의 오보가 발단이었고 미국은 대북 핵 선제공격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부시 대통령도 사석에서나 공적으로도 수차례 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이 그럼에도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반미 성향의 ‘386세대(80년대 학생 운동을 했던 60년생들)’ 보좌진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한미 동맹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한승주 전 주미 대사 등을 중용한 것도 이런 경험 등이 반영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의 돌출 행동이 백악관 보좌진을 긴장시킨 적도 있었다.

그린 전 보좌관은 “(2007년 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언론 앞에서 부시 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체제 내지 종전선언에 대해 재차 질문한 상황은 우리(미) 측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며 “노 전 대통령은 사전 조율되지 않은 즉흥적인 발언으로 한국 외교부를 긴장시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린 전 보좌관은 그러나 “탈 권위적인 노 전 대통령의 직설적인 화법에 역시 솔직 화법을 선호했던 부시 대통령은 대체로 친근함을 느꼈다”며 “‘노 전 대통령은 동맹을 위해 때로는 정치적 리스크를 감내할 줄 아는 용감한 대통령’이라는 말을 백악관 보좌진에게도 자주 했다”고 전했다. 당시 일본의 5, 6배였던 이라크 파병 병력이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은 노 전 대통령이 만들어낸 한미동맹의 주요 결과물이었다는 평가다.

그린 전 보좌관은 “부시 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자신과 노 전 대통령처럼 정치적 성향이나 배경이 확연히 다르더라도 얼마든 국내외적 갈등을 딛고 서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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