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목적으로도 자녀 체벌 안돼”…59년 만에 민법 전면 개정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23일 1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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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은 권리주체"…정부, '포용국가 아동정책' 발표
전세계 54개국 체벌금지…민법상 '징계권'조항 개정
이혼 소송중인 가정 아동보호위해 가사소송법 개정
유기·학대·사망·방임 아동 방지 가족관계등록법 개정
'출생통보제'도 추진…국가 통보 누락 아동 방지 차원
위기임산부 위해 '보호(익명)통보제'도 도입하기로 해
민간 중심 위기아동보호체계→정부·지자체 책임 강화
아동학대조사 강화…3세 유아 연간 소재 전수조사키로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막기 위해 정부가 현행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친권자 징계권’ 조항을 59년만에 전면 개정하기로 했다. 또 학대, 방임 등으로부터 아동을 지키기 위해 의료기관이 누락없이 출생 사실을 국가에 알리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한다.

특히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 대해 국가 책임을 분명히 하고 턱없이 부족한 요보호아동 담당 인력을 충원해 내년 하반기부턴 지방자치단체 책임하에 보호에 나선다.

정부는 23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안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심의·발표했다. 2월19일 대통령 주재 포용국가 사회정책 대국민 현장보고 시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 추진방향’을 구체화한 것이다.

아동을 양육 대상이 아닌 현재 행복을 누려야 할 권리의 주체라는 인식에 기반한 이번 아동정책은 ‘아동이 행복한 나라’라는 주제 아래 ▲보호권 ▲인권 및 참여권 ▲건강권 ▲놀이권 등 4대 전략, 16대 과제로 구성됐다.

◇“자녀 교육 목적으로도 체벌 안돼”…출생통보제로 사각지대 해소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2017년 3만4169건에 달할 정도로 아동학대를 가족 간 문제에서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체벌도 금지하는 어린이집·유치원 등과 달리,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7.7명이 부모이고 재학대 사례의 95%가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등 가정 내 체벌에 지나치게 관대한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민법상 친권자가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도록 한 ‘징계권’ 조항(제915조)을 개정하기로 했다.

자녀를 부모의 권리행사 대상으로 오인할 수 있는 권위적 표현인 ‘징계권’이란 용어를 변경하는 것은 물론, 징계권의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 설정 방안도 검토한다.

현재 스웨덴 등 전 세계 54개국이 아이들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도 친권자의 자녀 체벌금지를 명기한 아동학대방지법과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지난 3월 징계권 개정 검토까지 발표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가정, 학교 등 모든 기관에서 체벌을 금지하도록 법률 개정 등을 권고한 바 있다.

이혼 소송 중인 부모를 가정법원이 전문교육에 참여시킬 수 있도록 가사소송법도 개정해 소송 과정에서 아동을 보호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출생 이후 신고조차 되지 않은 채 유기되거나 학대·사망·방임되는 아동을 줄이기 위해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 의료기관이 출생하는 모든 아동을 누락 없이 국가 기관 등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을 추진한다.

동시에 위기임산부가 출생통보제를 피해 의료기관에서 출산하지 않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일정한 상담 등 엄격한 요건을 거치면 신원을 감춘 채 출산 후 출생등록을 할 수 있는 ‘보호(익명)출산제’를 함께 도입한다.
아동 의견을 정책결정 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올해 8월부터 복지부 주최 ‘대한민국 아동총회’에서 제안한 내용을 총리 주재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 보고하고 논의 결과를 공표할 방침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상 ‘아동의 참여’가 지역사회 내에서도 보장될 수 있도록 아동정책영향평가 제도를 올해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시행한다.

◇위기아동 보호는 국가책임…아동학대 공공이 나선다

학대·유기·이혼·빈곤 등으로 가족과 분리된 아동은 2017년 4만40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아동들은 개별적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최초 의뢰된 곳이 입양기관이면 입양절차를 밟고, 양육시설이면 시설에서 자랄 가능성이 크다.

하루 평균 아동 50명이 학대를 받고 매월 2.6명이 학대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학대 조사 및 판정에 대한 공적 개입은 취약하다. 신고접수부터 학대조사, 피해아동 분리·보호 등 모든 업무를 민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존하고 있으나 강제력 있는 행사 업무 수행 과정에서 조사거부 등 한계가 뚜렷하고 신변위협 등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분리될 위기에 처했거나 분리된 아동에 대해 어떤 경로로 보호 필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지자체가 직접 상담하고 가정환경을 조사해 무엇이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인지 판단하기로 했다.

불가피하게 아동을 원가정으로부터 분리해야 하는 경우, 아동복지심의위원회 산하 ‘사례결정위원회’에서 아동에게 가정위탁, 그룹홈, 시설, 입양 중 가장 적합한 보호방식을 결정한다.

현재 시·군·구 평균 요보호아동 수가 192명인 상황에서 1.2명에 불과한 담당인력만으론 아동 개개인에 대한 가정조사, 보호 결정, 사례관리 등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인식하고 지자체 인력 보강을 통해 내년 하반기부터 지자체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시설, 가정위탁 등에서 대리 보호되는 아동들이 하루 빨리 원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 원가정 복귀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아동과 부모의 정기적인 면접을 지원한다.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위해 전문인력이 아동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양육을 할 수 있도록 전문가정위탁제도를 도입한다.

민간에 의존하고 있던 입양체계도 지자체가 찾아가는 상담을 통해 입양을 고민하는 친생부모에게 원가정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심리적·법률적 지원을 하도록 한다.

입양에 대해 충분히 숙고할 수 있도록 입양숙려제 기간 연장과 입양을 위해 법원 절차 진행과 아동과의 애착 형성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입양휴가제’ 도입도 검토한다.

체계적 지원은 올해 7월 설립하는 아동권리보장원이 맡아 발생 단계부터 보호종료 단계까지 아동중심적·통합적으로 지원한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드림스타트사업지원단, 지역아동센터 중앙지원단,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아동자립지원단, 디딤씨앗사업지원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중앙입양원 등 8개 기관 고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2021년까지 단계별로 아동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2022년 정식 개통한다.
그간 민간에서 수행하던 아동 학대조사 업무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확대 배치해 시·군·구로 이양한다. 조사 업무는 경찰과 함께 수행하고 학대여부 판단도 시·군·구 사례결정위원회가 진행토록 했다.

올해 10월부터 연간 1회 만 3세 유아 전체에 대해 관계부처 및 지자체 합동으로 아동 소재·안전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전수조사에 나선다. 올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약 40만명과 읍·면·동 가정방문 약 4만명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여기에 매년 사망사건 전부를 분석해 추가 사건 발생에 대비한다.

보호 종료 전 연령과 수준에 맞는 단계적 자립지원 프로그램을 내실화하고 종료 후에는 자립수당(월 30만원)과 주거지원 및 사례관리, 취업지원 연계 등 보호 종료 초기에 안정적인 자립 지원에 나선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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