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국민투표’ 현실로?…英메이, 브렉시트안에 어떤 내용 담았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22일 1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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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 "브렉시트 마지막 기회" 호소
EU 관세 동맹 잔류부터 노동자 권리 보호까지
보수당 및 야당, 여전히 반기는 기색 없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새로운 유럽연합(EU) 탈퇴합의 법안(WAB)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메이 총리가 내놓는 네 번째이자 마지막 브렉시트 합의안이다.

그는 이번 협상안이 2016년 국민투표의 결과를 이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줄 것이라며 하원의 지지를 호소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이 총리가 내놓은 탈퇴합의 법안의 7가지 주요 내용과 하원의 반응 등을 정리했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제2 국민투표’ 약속이다.

메이 총리는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제2 국민투표 개최를 반대한다면서도 하원 의원 중 이를 진심으로 원하는 이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며 이같은 내용을 제안했다.

다만 이는 첫 번째 국민투표와 같이 브렉시트의 찬반을 묻는 것이 아닌 국회에서 이미 통과된 EU 탈퇴협의 법안에 대한 국민의 확인(confirmatory) 절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EU 탈퇴합의 법안 통과를 전제로 하고 있어 만약 하원에서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제2 국민투표는 무산된다.

그동안 제2 국민투표를 강조해온 노동당은 즉각 메이 총리의 제안을 거부하고 나섰다. 제러미 코빈 대표 등 의원들은 “탈퇴합의 법안 자체에 해당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며 국민투표 실시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요구했다.

두 번째는 ‘EU 관세 동맹’의 문제다.

메이 총리는 정부가 EU 관세동맹을 탈퇴한 이후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EU에 영국과의 긴밀한 관세 협력 동반자 관계를 제안하는 방안, 이른바 ‘촉진된 관세협정(facilitated customs arrangement)’이다. 또 다른 방안은 상품 분야에 한해 일시적으로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임시 관세 동맹안이다.

메이 총리는 특히 후자인 임시 관세 동맹안이 “노동당과의 약속”이라며 “만약 하원 의원들이 이에 동의한다면 이후 세부적인 물품에 대한 관세 협상을 EU와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노동당은 “기존의 브렉시트 합의안에도 2022년까지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한다는 내용은 담겨 있었다”며 이는 “기존의 ‘나쁜 합의안’의 재포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는 노동자의 권리과 환경보호 문제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 법안에 노동자들의 권리를 EU의 기준에 맞출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을 담겠다고 약속했다. 환경보호 관련 내용 역시 노동당이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보수당 내 강경 브렉시트파들이다. 이들은 영국이 EU의 기준을 수용한다면 브렉시트를 통해 기대했던 파급 효과가 상쇄된다며 불만을 표했다. 특히 보수당 내 대표적인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제이컵 리스-모그 의원은 메이 총리가 “이전보다 더 나쁜” 제안을 내놨다며 비판했다.

네 번째로 메이 총리는 ‘농식품 및 제조 상품 분야의 규제를 EU와 일치’시키겠다고 제안했다.

EU는 산업 품목에 대한 원산지 표기 의무, 특정 화학 물질에 대한 사용 금지 등 까다로운 통상 규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영국이 EU와 동일한 상품 제조 기준을 유지할 경우 EU와의 수출입 과정에서 별도의 확인, 즉 통관절차가 생기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섯 번째는 그동안 메이 내각의 발목을 잡아온 아일랜드 국경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에 대한 대안 협정과 관련된 내용이다.

메이 총리는 “2020년 12월까지 백스톱을 대체할 대안협정을 마무리하는 법적 의무를 부과하겠다”고 제안했다.

백스톱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한 방안이다. 앞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당분간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 전체를 EU 관세 동맹에 남기는 백스톱안을 제안했다. 보수 강경파들은 백스톱 시점이 불분명할 경우 영국이 EU에 영원히 남게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여섯 번째는 북아일랜드 문제다. 메이 총리는 백스톱이 가동될 때에도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별도의 규제장벽은 생기지 않도록 긴밀한 협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중단된 북아일랜드의 자치 의회를 재가동하고 정부 내각과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당사자인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은 역시 메이 총리가 ‘근본적인 결함’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탐탁치 않다는 입장이다. DUP는 백스톱 가동 이후 영국 본토과 북아일랜드 간의 규제 장벽이 생길 가능성을 해결하기 위한 더욱 확실한 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곱 번째로 메이 총리는 향후 EU와의 미래 관계와 관련한 조약 뿐 아니라 EU 무역 조건 등에 대해 하원의 승인을 받겠다고 약속했다.

노동당 측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다면 향후 보리스 존슨과 같은 강경 브렉시트파 총리가 집권을 시작하더라도 하원에서 ‘하드 브렉시트’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반색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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