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사퇴압박에도…손학규, 버티는 이유 3가지

  • 뉴스1
  • 입력 2019년 5월 17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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孫, ‘싸움판’ 된 최고위서도 “나는 사퇴하지 않는다”
마지막 커리어·보수통합 저지·안철수계 설득 시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7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5.17/뉴스1 © News1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7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5.17/뉴스1 © News1
“이 당이 손학규 당이냐”

바른미래당의 17일 최고위원회의 자리는 그야말로 ‘싸움판’이었다.

손 대표 사퇴를 촉구하던 바른정당계는 당내 안철수계 의원들과 손을 잡고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를 당선시켰다. 오 원내대표의 이날 첫 최고위 회의 참석은 극한 대립이 예견됐던 상황이었다.

실제로 손 대표 퇴진을 이유로 최고위 회의를 보이콧하던 바른정당 출신의 최고위원들도 이날 회의에 자리했다. 오 원내대표가 최고위 데뷔 자리부터 불참하긴 어려우니, 함께 참석해 손 대표 퇴진 요구 강도를 더욱 올린 것이다.

손 대표는 이같은 상황에도 꼿꼿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사퇴하지 않는다. 내가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 이를 통해 바른미래당의 총선승리의 길로 가겠다”고 밝혔다. 전날(16일) 기자간담회에 이어 사퇴 불가 의사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7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부터 하태경 의원, 손 대표, 오신환 원내대표. 2019.5.17/뉴스1 © News1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7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부터 하태경 의원, 손 대표, 오신환 원내대표. 2019.5.17/뉴스1 © News1
손 대표가 이같이 버티는 이유는 노(老) 정치인이라는 점, 바른미래당이 보수정당이 돼버릴 수 있다는 우려, 아직 안철수 전 대표 측 인사들 일부가 그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손 대표는 4선 국회의원·경기도지사를 역임했다. 현 대표직을 포함하면 당 대표만 3번째고, 대선주자로도 자주 이름이 오르내렸다. 소위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이다.

손 대표가 바른미래당 대표로 출사표를 던질 때도 정치권은 이번이 손 대표의 사실상 마지막 정치 경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외에 있는 만 71세 노(老)정치인이 대표직 이후 다른 정치적 역할을 맡긴 어렵다.

손 대표는 자신의 마지막 정치인으로서의 커리어를 불명예스럽게 내려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도 이를 두고 손 대표를 위한 출구전략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손 대표는 또 자신을 향한 사퇴 촉구가 당 내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통합을 원하는 세력이 벌인 작업으로 보고 있다.

손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바른미래당을 ‘중도개혁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흔드는 세력을 두고 ‘수구보수세력’이라고 지칭했다.

손 대표와 가까운 당내 한 주요인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난 의원총회에서 한국당이나 다른 당과 통합이 없다고 선언했지만, 손 대표는 한국당과 통합이나 연대를 저지하고자 버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끊임없이 야권 정계개편설이 나오는 가운데 손 대표가 물러난 자리에 바른정당 출신의 보수성향 인사들이 자리하면 한국당과 통합·연대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정치권은 과거 안 전 대표가 과거 바른정당과 통합을 결심한 것을 두고 보수 야권 진영에서 대통령이 되기 위한 시도라고 내다봤다. 안 전 대표 측 인사들이 바른정당계 인사들을 도와 손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것 역시 이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안 전 대표 측 인사들 전부가 손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손 대표의 버팀목이다.

안철수계 인사 중 소위 핵심 인사들은 손 대표 사퇴에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일부는 아직도 손 대표를 지키는 당권파로 역할하고 있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 측 인사들이 자신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는 것은 지명직 최고위원·정책위의장 등 안 전 대표 측 인사들을 중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일부의 불만’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후 안 전 대표 측 의원들은 손 대표 사퇴 부분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손 대표 사퇴와 관련해서 바른정당계 의원들을 앞세운 채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다. 손 대표는 이들 ‘일부’를 다시 설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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