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법까지 등장…국세청, 역외탈세 혐의 104건 세무조사 실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6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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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인 A사는 한국 자회사를 통해 제품을 팔고 있다. 최근 A사는 한국 자회사의 실제 역할이 변하지 않았는데도 판매 지원만 담당하는 것으로 서류상의 영업범위를 축소했다. 종전에는 제품 판매대금이 모두 자회사 매출로 잡혔지만 서류 조작 이후 판매지원에 따른 용역비만 자회사 수입으로 집계됐다. 국세청은 이를 탈세로 보고 법인세 등 40억 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이처럼 역외탈세 혐의가 큰 법인과 개인 104건을 적발해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개인 20명, 국내법인 63곳, 한국에 법인을 둔 외국계 기업 21곳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검찰 관세청 등과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을 꾸린 데 이어 올 들어 기업들의 역외탈세 실태를 본격적으로 조사해 왔다. 역외탈세로 세수가 줄고 있다고 본 것이다.

국세청이 제보와 자체 조사를 통해 국내외 정보를 분석한 결과 최근 역외탈세는 주식,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거래를 위장하거나 고의로 매출을 줄이고 손실을 내는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종전에는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매출을 빼돌리는 수법을 주로 사용했지만 새로운 형태의 탈세 유형이 늘어나고 있다고 국세청은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국내회사는 수백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개발한 특허기술을 사주 일가가 가진 해외 현지법인이 공짜로 사용하도록 했다. 사용료를 제대로 받았으면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으로 잡혀 국세청이 세금을 징수할 수 있었겠지만 기술을 무상으로 사용토록 함으로써 세금이 새나간 셈이다. 정체가 불분명한 해외 현지법인에 신규 투자비나 용역비 명목으로 보낸 돈을 사주 일가의 자녀가 유학비나 생활비로 유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조사를 통해 세금을 추징하고 이중계약서 작성, 차명계좌 등 고의성이 발견되면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납세자가 관련 자료제출을 거부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2년간 459건의 역외탈세 사례를 조사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1조3376억 원 등 총 2조658억 원을 추징했다”며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대한 조사 부담을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되 불공정 탈세행위에 대해선 조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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