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명래]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세 단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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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환경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지난해 개봉한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Earth: One Amazing Day)’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의 기적과 같은 생존을 보여준다. 부드러운 실로 날벌레를 사냥하는 ‘반딧불이’, 눈물나게 자식을 뒷바라지하는 ‘턱끈펭귄’ 등 이 영화가 묘사하는 38종의 생명체는 놀라움 그 자체다. 45억 년의 지구 역사에서 이 같은 생명체가 존재하기 시작한 것은 5억4100만 년 전이다. 우리 인류의 조상은 불과 20만 년 전에 출현했다.

지구 역사에서 그 짧은 시간 동안 인류는 불의 발견과 농업혁명, 산업혁명 등을 거치면서 전례 없는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18세기 이후 화석연료 사용은 인류의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증대시켰을 뿐 아니라 교통과 통신을 발달시켜 문명 발전의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화석연료의 사용은 어두운 그늘을 함께 남겼다. 산업 활동의 산물인 미세먼지 등 각종 환경오염과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적 기후변화를 불러왔다. 기후변화는 가뭄과 홍수, 태풍, 산불 등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반도 또한 기후변화의 무풍지대가 아니다. 제주와 남부지방은 이미 아열대기후로 접어들었다. 인천과 부산은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기상청은 지난해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분석서’에서 온실가스가 현 추세대로 계속 배출되면 하루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일수가 현재 연간 3.8일에서 21세기 후반기에 45.2일로 10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지구 평균 기온은 19세기 산업화 이전 대비 불과 0.7∼0.8도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지금보다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이상 더 오른다면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생태 위기가 올 것이다. 올해 1월에 막을 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모인 각국 정상과 기업인, 정치인들이 한목소리로 “2019년 세계 최대 글로벌 리스크는 기후변화다”라고 한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시간은 많지 않다. 세계기상기구와 세계에너지기구는 탄소 배출량이 ‘돌아올 수 없는 지점(point of no return)’에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30년에 얼음이 없는 북극을 보게 될 수 있다. 결국 기후변화는 ‘내일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의 문제’이며 ‘저들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문제’다.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전망치(BAU) 대비 37%까지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 최초로 전국 단위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해 이미 전체 배출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친환경 투자 혜택을 확대해 기술혁신을 이룸으로써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할 것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은 정부 정책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총, 균, 쇠’ ‘문명의 붕괴’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문제 가능성을 예상치 못할 때 △문제를 알고도 해결 의지가 없을 때 △해결 방법을 찾아내고도 실천하지 않을 때 사회는 실패한다고 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천이다. 대중교통 이용 같은 작은 실천을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세 단어는 ‘지금, 여기서, 나부터’ 실천이 아닐까 싶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기후변화#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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