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에 빠진 재계… 올브라이트 前 美국무 저서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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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라는 이름의 독재 지적 등 현재 한국 상황과 너무 비슷”
기업인들 주변에 선물하며 열독


재계에서 때아닌 ‘파시즘’ 책 읽기가 열풍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에 번역 출판된 ‘파시즘-하나의 경고(A WARNING)’(사진)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다양한 파시즘 성향의 지도자와 비교하면서 우려를 담은 책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올브라이트 전 장관이 쓴 이 책이 최근 재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요 단체의 간부가 이 책 100여 권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 주면서 책을 읽고 의견을 교환하는 기업인들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재계가 특히 이 책에서 주목하는 대목은 7장 ‘민주주의의 독재’ 부문이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이 장에서 과거 공산주의자들이 선거로 체코슬로바키아를 장악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는 “단일 정당, 단일 목소리로 모든 국가기관을 제어하고, 모든 사람들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며, 이 모든 속임수를 만인의 승리라고 부르는 것. 이것이 바로 파시즘의 전략이다”라고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민족주의를 앞세워 선동하는 장면에서 일부 기업인들은 최근 최악으로 치닫는 한일 관계가 경제계에 주는 부작용을 떠올린다는 반응이다.

역사·사회 관련 서적으로 분류되는 이 책이 새삼 재계에서 화제가 되는 이유는 이처럼 최근 한국 기업이 놓인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기업에서 대관(對官) 업무를 맡고 있는 기업인은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국가기관이 총동원돼 기업을 조사하고 있지만 기업 고충을 말할 곳이 없고 또 말했다가는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며 “파시즘이란 책을 그런 의미에서 읽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2000부 이상 팔린 이 책은 20대 남성과 경제계 인사들이 주된 독자다.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이 책은 미국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1위였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파시즘-하나의 경고#매들린 올브라이트#민주주의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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