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초학력 붕괴하는데, 가르칠 생각 않고 평가방법만 바꾸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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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지난해 껑충 뛰었다. 특히 고교생보다는 중학생, 국어·영어보다는 수학에서 학력 저하 현상이 뚜렷했다. 교육부가 4개월이나 공개를 미루다 어제 발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수학의 경우 중고교생 10명 중 1명은 기본적인 교육과정도 이해하지 못했다. 수학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중학생, 고교생 모두 5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토론이나 프로젝트 등 혁신적인 수업에 익숙해 지필평가에 약하다” “전수평가와 표집평가를 비교하기 어렵다” 등 변명에만 급급했다.

평가 도구가 달라져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도 우리나라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읽기·수학·과학 모두 처음으로 10%를 훌쩍 넘었다. 이는 2013년부터 입시경쟁 위주 교육을 지양하는 진보교육감 시대가 열리며 기존 지식 중심의 학력을 경시하고 기초적인 쓰기와 읽기, 계산 가르치기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초등학교부터 자유학기제가 실시되는 중1까지 숙제도 시험도 없는 학교를 다닌 중학생의 학력 저하가 두드러지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평가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해야 올바른 대책이 나올 텐데 어제 교육부가 발표한 대책은 평가 방법을 바꾸는 데만 방점이 찍혀 있다. 전수평가가 학교 간 서열화를 조장한다고 해서 표집평가로 바꾸더니, 이번에는 다시 전수평가를 하되 학교마다 시험 도구나 방법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현행 내신평가처럼 학교마다 각각 시험을 보라는 것인데 사실상 학업성취도 평가를 축소하는 것이다. 학령인구 급감 속에 인적 자원을 키워내는 일은 더욱 중요해졌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면피성 대책 대신 기초학력 저하 원인부터 철저히 분석하고 한 명의 학생도 낙오하지 않도록 가르쳐라.
#중고교생#기초학력 미달#수학 학력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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