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꿴 항만 미세먼지 50% ‘절감’…남은 과제 ‘첩첩산중’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26일 0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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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 미세먼지 배출원·실태·환경 영향 등 기초자료 '확보'
하위 법령 등 제·개정…부처간 협의·예산 마련 주체 '명확'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부산과 인천 등 항만지역 미세먼지를 절반 이상 감축하겠다고 나섰지만 남은 과제가 산더미다.

26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항만지역 주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항만 대기질 개선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현재 관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하고 항만의 배출원과 배출 실태, 환경 영향 등 관련 기초 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특별법의 실효성을 높기 위해서는 관리제도를 우선 정비하고 관련 기초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다른 미세먼지 신속처리 법안들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해수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차원의 항만 미세먼지 관리 체계 구축의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됐다.

해수부와 환경부는 오는 2022년까지 항만지역 미세먼지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해수부는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을 0.1% 미만으로 하는 배출규제해역을 지정할 예정이다. 또 일반해역보다 강화된 속도 기준을 적용하는 저속운항해역도 지정할 방침이다. 선박 속도를 20% 감속할 경우 시간당 미세먼지를 49%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아울러 하역 장비 연료를 경유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바꿀 계획이다.

환경부는 대기질 개선 효과 분석을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이동측정망 등을 활용해 항만 지역 대기질을 측정할 방침이다. 또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오래된 경유차의 항만 출입을 금지하고, 날림먼지 발생 시설 관리도 강화키로 했다.

하지만 항만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가 지난 2017년 5월 발표한 ‘항만도시 미세먼지 대책 수립 시급’ 보고서에 따르면 항만도시 대기오염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보고서에는 선박에 의한 대기오염은 다량의 황이 함유된 벙커C유 등 저급연료를 연소하기 때문에 초미 세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의 대기오염물질을 다량 발생시킨다는 내용이 담겼다.

초대형 크루즈선은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 승용차 3백50만대에 달하는 황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하고 있다. 초미세먼지 발생원 중 ‘도로이동오염원’과 ‘비도로이동오염원’을 비교하면 서울과 대구에서는 0.9배, 0.7배 수준이지만 부산에서는 4.8배, 인천 1.6배, 울산 4.1배로 항만지역에서 비도로이동오염원의 배출량이 도로이동오염원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큰 것으로 확인됐다.

KMI는 지난 25일 발표한 ‘동향분석’를 통해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특별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하위 법령과 관련 법령의 제·개정 등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항만의 배출원과 배출 실태 등 항만 내 미세먼지 관련 기초 자료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위 법령 및 관련 법령의 제·개정을 통해 특별법 이행을 위한 구체적 사항들을 규정하고, 항만지역의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을 발굴·추진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 기관간 협의와 재원 마련을 위한 작업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항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오염 행위에 대한 관리 의무와 권한, 부처·기관별 업무적 경계, 지역적 관할 경계 등 관련 법령이 모호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사업 주체가 불분명하다보니 정부 부처와 기관의 예산 확보 단계에서부터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정부의 항만 미세먼지 대책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예산 총 1조9000억원 중 항만 미세먼지 저감에 배정된 예산은 293억원이다. 전체 예산의 1.5%에 불과하다.

또 20년 이상 노후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하는 사업의 경우 지난해 예산 268억원에서 올해 113억원으로 줄었다. 해수부 연구 용역 결과 오는 2022년까지 교체 대상 선박은 모두 242척. 지난해와 올해 보조금을 지원 받았거나 지원 받을 선박은 전체 대상의 5.3%에 불과하다. 예산을 늘려도 시원치 않은데 오히려 예산을 줄어 ‘찔끔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정부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별법과 하위 법령이 규정하는 미세먼지 저감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자에 대해 ‘해양 대기오염 부담금(가칭)’을 부과하고, 이를 해양·항만 대기 환경 개선 연구개발과 사업에 사용할 ‘해양 대기환경 개선 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안용성 KMI 해양정책연구실 전문연구원은 “부담금 징수로 인한 재정 수익분을 항만의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특별회계에서 수용하도록 하고, 예산의 배분에 있어서도 사업의 시급성,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해 사업의 우선순위에 차등을 두어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적 방법론을 적용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유관 부처 및 기관 등 주요 정책 행위자들의 업무 역할과 기능, 나아가 의무 및 권한의 범위 등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 역시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문연구원은 “국내 항만의 배출원 및 배출 실태, 오염 현황, 이로 인한 영향 등에 대한 정확한 기초자료의 부족 역시 큰 문제점”이라며 “우선 선박·항만의 배출실태, 이로 인한 대기중 오염농도 및 분포, 이동·확산 현황, 보건·환경적 영향에 대한 정확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전담 관리하는 조직과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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