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란고원은 이스라엘 땅”… 중동의 화약고에 다시 불붙인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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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서 ‘주권 인정’ 서명키로
이스라엘-시리아 52년 분쟁지역… 美, 이란 견제위해 주권 손들어줘
이란, 시리아 내전 전폭 지원 통해 美제재 뚫을 지중해 루트 확보 나서
아랍국 “국제합의 위반” 반발에도 결국 이스라엘 지지로 돌아설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 중동 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공식 인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교장관 대행은 24일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소유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이 같은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지난해 5월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긴 데 이어 다시 대다수 중동 국가를 자극하는 민감한 행동을 하는 셈이다. 골란고원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과 접한 ‘군사 요충지’로 꼽힌다. 시리아 영토이지만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묵은 골란고원 문제를 갑자기 꺼낸 이유는 이슬람 시아파 국가의 맹주인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중동의 요충지에 있는 시리아의 지정학적 입지를 활용해 중동에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 붕괴 직전까지 갔던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러시아와 이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무너지지 않았고 두 국가는 이후 어떤 형태로든 보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란이 국제사회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지중해에 항구를 가진 시리아를 활용해 사람, 물자 등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골란고원을 이스라엘에 묶어 두고 이란과 시리아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4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은 국제인도법에 따른 시리아 주민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골란고원에 남은 시리아인 약 2만7000명은 현재는 보호받지만 골란고원이 이스라엘의 영토가 되면 박해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집트 등 아랍 국가들도 크게 반발했다. 이집트 의회는 24일 성명을 통해 “국제적 합의를 위반하는 행위다. 중동지역의 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반발이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슬람 수니파 국가인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결국 이스라엘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역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루마니아와 온두라스는 24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했다. 두 국가 모두 미국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보조를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팔레스타인 자치령 가자지구로부터 25일 새벽 로켓이 날아와 이스라엘 가정집을 덮쳐 7명이 다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긴장이 고조됐다. 총선을 약 보름 앞두고 미국을 방문 중이던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친 직후 바로 귀국하기로 했다. 로켓 공격 이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와 가까운 남부에 보병부대 등을 추가 배치하고 일부 예비군에 대한 동원령도 내렸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트럼프#골란고원#이스라엘 주권 인정#이란#시리아 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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